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6일차 아씨시/성 프란체스코 성당, 키아라 성당

흐르는물처럼~ 2024. 4. 12. 05:34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씨시로 간다. 여행의 끝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뭔가 더 봐야 할 것 같고 뭔가 놓친 것 같아 떠날 때는 아쉽다. 그래도 떠나야 한다. 아씨시는 로마에서 기차로 두 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 작은 시골이다.

새벽 테르미니역도 붐빈다. 트랙번호가 열리지 않아 폴리스 앞에서 기다리던 중 가방 소매치기 당할 뻔했다. 흑인 청년이 내 눈치를 보니다 캐리어 옆으로 다가온다. 쌔~~한 느낌에 한번 쳐다봤더니 갑자기 폴리스 문을 두드린다. 안을 들여다봤더니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데 왜 두드렸을까? 봉님은 트랙번호 확인하러 가고 내 혼자캐리어 두 개를 지키는 것 보고 타깃으로 잡았나 보다. 그 사이 봉님 오고 남자는 사라지고. 역시 테르미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앟다.

1등석과 2등석의 큰 차이를 모르겠지만 마음적으로 안전하게 1등석 탔다. 기차에서도 캐리어를 잃어버린다는 소문에 자전거 열쇠까지 구입해서 왔지만 24인치 크기라 선반 위에 올릴 수 있어 안심이다. 방심하지 않으면 소매치기도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소박한 아씨시역. 조용하다. 우리처럼 단순한 관광객보다 대부분 성지 순례로 오는 사람들인 것 같다.

역에서 버스 타고 저 산 중턱까지 가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골목길을 캐리어 끌고 숙소에 도착하니 죽을 맛이다. 편평해 보이는 돌바닥의 요철이  심해서 캐리어 끄는 팔이 아프다.

우리가 하루 머물 곳.
여기가 숙소인가 수도원인가!
로마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숙소는 너무 감성 돋는다. 로맨틱 그 자체이다. 오래된 수도원에 와 있는 듯하다. 올라올 때 힘든 것 다 잊고 뷰티풀을 연거푸 외친다. 인간의 감정이란.

점심 먹기 위해 동네로 나온다. 오르막 내리막 걷다가 들어간 식당은 야외 테라스가 있다. 아씨시 전체 조망이 가능하다. 이런 행운이! 멀리서 보는 아씨시는 조용 한 평원이다. 현대식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팍팍 든다. 분위기에 젖어 화이트 와인도 한잔 곁들인 까르보나라는 로마의 그것 과는 좀 다르다. 지역적 특성인가 싶기도 하다. 각 도시마다 까르보나라 비교해 보고. 싶다. 와인잔이 담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행복하다.

프란체스코 성당으로 가는 길은 로마시대로 시간여행 온듯하다.

12세기까지 군사 요새였던 로까 마조레까지 103개 나선형 계단 걸어 올라가면 꼭대기에서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하지만 깨끗하게 포기하고 돌아선다. 요런 결정은 빛의 속도로! 여행에서 결정은 빨라야 하고 후회 없어야 한다.

성당을 향해 걷다 보니 어느 카페 입구에 수사로 보이는 한 분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들어가 보고 싶다. 바로 직진 에스프레소 주문한다. 역시 커피도 맛있다.

성당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너무 아름답다. 파란 하늘, 녹색 잔디를 배경 삼아 단아하게 서있는 하얀색 성당. 이것이 삼위일체 아닌가? 하늘 이렇게 예뻐도 되는 것인가?

프란체스코를 기리며 그의 유해와 유품을 안치한 성당이다. 상부성당과 하부 성당으로 나누며 하부성당은 13세기 늘어나는 순례자를 위해지은 것이다. 특히, 상부성당에는 조토의 대표작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를 비롯하여 총 28점의 프레스코화가 있다. 성당이 있던 자리는 본래 죽음의 언덕'이라 불리던 공동묘지였는데, ‘이곳에 나를 묻어 달라'는 성 프란체스코의 유언에 따라 그가 안장된 후 성당을 건축하기 시작했으며 지하에 그분의  무덤이 있다. 성당 내부는 전체적으로 붉고 어두운 느낌이나 엄숙하고 천장과 벽은 프레스코화로 채워져 있다. 떨어져 나간 프레스코화는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도 인상적이다. 촬영 불가이다.

조용한 도시이지만 관광지이다보니 거리마다 기념품가게가 늘어서 있다.

핸드메이드 도자기인데 문양을 보는 순간 만다라가 생각났다. 카톨릭과 불교 서로 통하는 면이 있을까? 모든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같을 것이다. 마음의 평화.

귀족의 딸로 태어나 성 프란체스코의 첫 제자인 성녀 키아라를 기리기 위해 지은 성당. 흰색과 분홍색 대리석을 사용해 여성스러우며 소박하고 단순하다.

젊은 시절 성 프란체스카가 기도 중’ 쓰러져가는 성당을 일으켜라’라는 계시를 받은 예수의 십자가상이 중앙에 있다.
손녀를 위해 키아라 성녀 무덤 앞에 마련된 초를 밝히는 봉님. 누군가의 간절함이 타오르고 있다.

나이 들면서 사진 찍는 일이 어렵다. 하지만 모자와 선글라스가 있으면 마음 편하다. 결국 내가 볼 사진이지만 나의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여행객차림으로 자신 있게 찍어본다.

일몰 보기 위해 테라스로 예약한 식당은 테라스 구석자리로 준다. 일몰 볼 수 없는. 이런₩&@$#!!!  역시 빠르게. 포기하고 프란체스코 성당 앞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뉘웃늬웃 넘어가고 있다. 장관이다. 태초의 일몰이 저랬을까 짐작해 본다. 성당 앞 식당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로맨틱 저녁시간을 갖는다.

어느새 깜깜해진 하늘 아래 우뚝 선 성당. 그 존재 자체로 신심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