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5일차 폼페이, 포지타노

흐르는물처럼~ 2024. 4. 10. 23:56

폼페이와 포지타노 일명 남부 일일 가이드 투어 가는 날.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날씨가 좋으려나보다. 나는 날씨 요정이니까.

새벽 로마는 쌀쌀하다. 찬 기운이 몸속으로 스멀스멀 밀고 들어온다. 밤낮 기온차가 크다. 안개 자욱한 로마의 새벽은 고요하다.

웬만하면 맛있는 에스프레소. 휴게소 커피도 예외는 아니다. 단 보르게세 미술관 에스프레소는 더럽게 맛없었다. 원샷의 맛없는 아메리카노.

폼페이.
서기 79년 베수비오 (Vesuvo) 화산 폭발로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폼페이는 순식간에 '재의 도시'가 되었다. 찬란했던 도시의 모든 것이 화산재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발굴로 모습을 드러낸 폼페이는 2000년 전 만들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현대적인 도시였던 것 같다. 마차 전용 도로와 수세식 화장실, 헬스 시설과 사우나 시설까지 있었다. 무심코 바라보면 폐허에 지나지 않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니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3시간 30분 달려 폼페이 도착. 벌써 사람들도 품 빈다. 도시가 해안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는데 철저한 계획도시라 할 수 있다. 또한 시내는 바둑판 형태로 설계하여 도로가 반듯반듯하다.

마차가 갈 수 없도록 세 개의 돌이 도로를 막고 있다. 여기부터는 귀족도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고 한다.

횡단보도 역할을 한 디딤석
중간중간 하얀색 작은돌이 야광석이다.

인도를 마차가 다니는 전용도로보다 높게 설계하여 차도와 구분하였으며, 건너가도록 디딤돌을 놓았다.  특히 비가 내릴 경우 아주 유용하다. 미차도로 곳곳이 야광석을 박아 밤에 마차가 다닐 때 가로등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시민들의 힘을 두려워한 정치가들의 시민에 대한배려였을 것이다. 문명과 문화의 차이가 있을 뿐 시대를 막론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하는 인간의 생각은 항상 같은 것 같다.

폭발 당시 발생한 유독가스를 피해 보려고 손으로 코를 막은 채 죽은 사람, 웅크린 채 엎드려 생을 마감한 사람. 그 당시 아비규환이었을 순간을 고통스럽게 죽어 갔을 것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비현실적인 상황. 갑자기 세월호 아이들 생각이 난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나름 잘 보존되어 있는 프레스코화로 그 당시 그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다. 홍등가까지 있었다는 것도 벽화로 추정할 수 있다는데 그 그림을 보지는 못했다.

두 사람이 들고 가는 와인 항아리. 와인을 주조했음을
알 수 있고,아래 숫자 표시는 도로명 주소이다. 인구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한다. 상당히 발달된 도시였나보다.

사우나 마사지실
온탕

온탕, 냉탕, 사우나, 체력 단련실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수세식이라 할 수 있는 대중 화장실이 있었다. 온탕의 지붕은 반원 형태로 천장에 줄무늬를 새겨 수증기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줄무늬를 타고 벽으로 떨어지도록 설계했다니 그들의 문명이 얼마나 발달했을지 짐작이 간다.

현재까지도 발굴 중이며 어떤 발굴품은 다시 묻기도 하는데 더 이상 훼손을 막고 잘 보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폐쇄될 수도 있다고 한다.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그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다 보면 보존이 어렵기도 할 것 같다.

5000명 수용 가능한 대극장과 그 옆에 음악 공연이 열렸던 작은 음악당 오데온이 있다.
한순간에 찬란했던 도시가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린 도시.  폼페이 탐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소렌토 해변

포지타노로 이동 중 소렌토항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날씨가 너무 좋아 해안선 따라 눈길이 간다. 가이드는 사진 찍어 주기 바쁘다. 경험으로 포토 포인트를 알고 있고 실제로 잘 찍는다. 전문 사진작가 못지않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오르만 내리막 길 따라 상점들이 즐비하다. 파란색이 포지타노의 상징색이라 옷가게마다 파란색 계열의 옷들이 많다. 색감은 예쁘나 디자인은 내 스타일 아니라 통과. 핸드페인팅 도자기들. 레몬사탕.

날씨가 따뜻하여 1년 내내 레몬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가능할까 싶지만 지금도 레몬이 달려있는 나무가 증명해 준다. 작은 동네이지만 관광지이다 보니 온통 레몬과 관련된 기념품으로 넘쳐난다. 레몬 사 탕 한 봉지를 샀다.
레몬 과육을 파내 얼음과 함께 갈아 만든 레몬 소르베. 슬러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많이 시지도 않고 맛있다. 가격은 좀 사악하다. 8유로.

산책길 따라 해안가 도로를 걷다 보니 위에서 바라보는 포지타노는 한가롭고 평온해 보인다.

검은 모래 위 백인들은 일광욕이 한창이다. 햇빛 충분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다. 반라에 가까운 모습을 영국에서 처음 봤을 때 눈 둘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다. 여행으로 얻은 변화라면 변화이리라.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 포지타노와 작별할 시간.

페리호를 타고 가며 바라본 아말피 해변. 해변 따라 집들이 꽤 높은 곳까지 이어진다. 옛날 해적을 피해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한다.

아말피항

포지타노에서 아말피를 거쳐 살레르노까지 배로 이동한 후 로마로 들어간다. 내리지 못 한 아말피에서 인증숏을 가이드가 찍어라고 한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면서. 멀리서 보는 아말피는 아름답구나. 내셔널지오 그래 빅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 50곳 중 낙원부문 1위인 도시라 한다. 그럴만하다 싶다.
긴 여정이었지만 일일 투어 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