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1~2일차 로마/콜로세움, 포로로마노, 캄피톨리노 광장, 나보나 광장

흐르는물처럼~ 2024. 4. 5. 03:25

인천-뮌헨-로마 까지 총 17시간 비행 끝에 로마 Fiumicino 공항도착. 숙소는 테르미니역 근처라 기차와 택시로 고민했으나 택시 줄이 길고 혼잡해서 기차 타기로 결정. 역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서 앱으로 차표까지 구매해서 승차. 매의 눈으로 캐리어를 살펴야 한다. 어쨌거나 이제부터 단도리 모드로 전환. 내릴 때쯤 검표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앱으로 차표 끊고 체크인을 안 했다면서 벌금이 각 50유로라 한다. 아뿔싸! 몰랐다가 통하지 않는다. 결국 50유로 벌금으로 로마 입성 신고식을 했다. 교육비로 생각하기로 했지만 아깝네. 소매치기로 악명 높다는 테르미니 역을 나와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긴 하루를 마감한다. 배도 고프고 머리도 아프고 피곤하지만 여기는 로마다.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유적지 같은 광경이 눈앞에 나타나 깜짝 놀랐다. 아침 날씨가 상쾌하다. 기분도 상쾌하다. 어제의 피곤함이 가신 듯하다.

4월 2일 첫 방문지는 로마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곳 콜로세움.

테르미니 역에서 72시간 패스 구입, 지하철로 콜로세오 역에서 하차, 출구로 나오니 바로 눈앞에 보인다.
마치 스페인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나타났던 것처럼. 모르고 맞이 하니 더 큰 감동이 있다. 11시 입장이라 아직 한 시간 여유가 있어 한 바퀴 돌아본다. 족히 100m보다 길어 보이는 입장권 구입을 위한 대기줄,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시간이 지나자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과연 로마이다. 고개만 돌리면 유적지가 보인다.

서기 80년에 세워진 4층 구조 타원형 경기장. 1층 도리아식, 2층 이오니아식, 3,4층 코린트식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라는데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 중학교 미술시간에 배웠던 기억은 있지만. 5만 5천 명 수용가능한 공공건축물로 경기가  끝나면 아치문 80개를 통해 모든 관객 이 빠져나가는데 1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4개의 개폐형 지붕도 갖추었지만 르네상스 건축붐이 불면서 귀족들이 기둥과 장식을 뜯어가 버려 1/3 정도만 보존되어 있다.

여기부터 시작이다. 역시나 입장도 대기줄이 길지만 생각보다는 대기시간이 길지는 않다.

5만여 명이 모여 함성을 지르면 모두가 광인이 될 것 같다. 경기장 바닥은 지하로 하나씩 접을 수 있는 나무판으로 덮여 있었지만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위해 뜯어낸 후 복원하지 않아 지금 뚫려 있어 내부를 볼 수 있다. 오히려 다행히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귀족들이 뜯어 가버린 기둥 장식물. 대리석 조각의 섬세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하를 제외하고 모두 돌아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한번 훑어보고 나오기 뭔가 아쉽다. 경기장 안 분위기에 사로 잡힌 듯 나가기 싫은 마음이다. 왠지 편안함을 느낀다. 8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예들과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려야 했으며 얼마나 죽어야 했을까?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내가 여기 있는 것이리라.

콜로세움을 나와 포로 로마노로 입장하기 위한 문. 콜로세움표에 포함되어 있다. 저 문을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포로 로마노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다.

팔라티노 언덕에서 본 포로 로마노.
8세기부터 1000년 이상 로마제국의 중심지였으나 몰락 후 테베레강 범람으로 흙속에 묻힘. 18세기부터 발굴시작 현재까지 진행 중이라 한다. 영상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는 싫어하지만 전성기 로마 문명을 현재에서 거꾸로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캄피톨리노 박물관을 지나쳐간다. 로마시대 돌쪼가리 전시한 것이라는 봉 님의 설명.

광장 전면에 시청사, 양쪽에 콘세르바토리 궁전과 누오보 궁전이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코르도나타 계단은 미켈란젤로가 의도한 착시 효과로 위로 갈수록 계단의 폭을 넓게 만들어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높은 계단이지만 낮은 언덕처럼 보인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그냥 언덕일 뿐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광장 정면의 세나토리오 궁전과 오른쪽 콘세르바토리 궁전만 있었는데, 왼쪽에 콘세르바토리 궁전과 똑같은 각도로 누오보 궁전을 지으면서 사다리꼴 모양이 되었다. 기마상을 중시으로 바닥 패턴을 타원형으로 만들어 시선이 자연스럽게 서쪽 바티칸으로 향하게 하는 효과를 냈는데, 이 모든 것이 미켈란젤로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광장 중앙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동상은  복제품으로 진품은 카피톨리니 미술관에 있다고 한다.
어느 시대이든 시대 수준에 맞는 과학은 존재한다. 현재와 비교할 수 없으나 그 시대 최고의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인도에 있는 솔방울 모양 식수대. 여기는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호텔에서도 물은 욕실 수돗물 그냥 마시라고 한다. 아무 문제없단다. 그래도 먹을 수 없어 생수 사 먹기로 한다.

점심으로 맛집 찾다 못 찾아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은 까르보나라. 칼국수굵기 면은 덜 삶아진 듯하고 소스는 꾸덕꾸덕하지만 내 입에는 맛있다. 훈제 베이컨과 함께 오래 씹으니 구수하다. 크림 범벅에 맵기까지 한 우리나라 까르보나라는 먹고 나면 언제나 신물 올라오는데 이것은 괜찮다. 한국 가면 생각날 것 같다.

칙칙하고 어둡고 지린내 나는 유럽의 골목. 로마도 예외는 아니다.

100년 이상된 카페가 있는 나보나 광장. 중앙의 4대 강 분수는 바로크 건축의 대가 베르니니가 제작한 것으로 나일 강, 라플라타 강, 갠지스 강, 다뉴브 강 등 세 계 4대 강을 상징하는 조각물로 장식돼 있다. 광장 남쪽 모로 분수가 있다.

판테온으로 가는 길. 타로점 치는 상인들이 길 양옆으로 있다. 갑자기 어릴 때 본 길거리 새점 치기가 생각난다. 새장 속에 새가 있고 새장 문을 열면 새가 옆에 있는 점 종이를 물고 오는 방식이다.  복불복이지만 사람들은 믿었을 것이다. 점보는 사람의 마음은 절실하니까.

고대 로마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로마의 건축물로, 모든 고대 로마 건축물 가운데 가장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전 세계를 통틀어 당대 건물 가운데서도 가장 보존 상태가 좋다고 하며, 현재 로마에서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돔 구조이다.
천장에 있는 유일한 구멍인 9m 지름의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청동벽면에 반사되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청동벽면에 꽃 장식이 있었으나 뜯어서 녹여 베드로 성당의 발타키노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뚫려있는 천장으로 달빛이 성당 안을 비춘다. 비가 조금 내리면 천창으로 비가 들어오지 않지만, 많은 비가 오면 빗물이 안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바닥 곳곳에 배수 구멍이 있다.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다.

바로크 스타일의 산 이그나치오 성당. 화려한 천장화가 관전 포인트. 검은 부분은 실제 돔이 아니고 그림이라고 한다. 가짜돔인 것이다.

길거리의 볼거리.
공중부양, 사진 찍으려면 비용이 든다.
특이한 것은 길거리 레게머리샵이다. 레게머리를 땋아 준다. 그리고 로마의 밥아저씨. 즉석 그림이 훌륭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세상사람들 밥 먹고 사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

한 여름 내린 눈 위에 지어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가져온 금으로 만든 격자무늬 천장장식과 바닥의 대리석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교황의 제단 발타키노 아래에 예수 탄생 말구유와 추기경 로드리게스 무덤이 있다고 한다.

셀카 모드로 찍은 천장화도 인상적이다.

귀가하는 길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없는 트램이 지나간다. 상당히 이질적이어야 하지만 이 도시와 찰떡이다.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테르미니 역내 중앙시장에서 저녁 먹거리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푸드코트 안에는 피자, 파스타, 햄버거, 샐러드, 술과 음료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여행 첫날이라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라 피곤하다.
그래서 조금 일찍 끝낸다. 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