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음악

오페라 ‘오텔로’

흐르는물처럼~ 2023. 11. 5. 09:47

대구 오페라 축제 마지막 공연 ‘오텔로’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동명의 희곡 오셀로를 기초로 아리고 보이토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작성하였다. 본래 희곡은 5막이었으나 보이토가 희곡의 1막을 없애고 4막으로 만든 다음 베르디에게 작곡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해 삼고초려 끝에 수락했다고 한다.
1887년 2월 5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이때 베르디 나이 73세.
1901년 1월 27일 87세의 생을 마친 베르디의 장례식날, 검은 상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밀라노 거리에 모인 가운데,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의 지휘 아래 8백여 명의 합창단원과 오케스트라가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부르며 위대한 작곡가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전해진다.

오텔로는 서곡이 없다.
막이 오르고 합창 "노를 저어라!" (Una vela!)를 시작으로 오텔로가 전쟁에서 승리를 알리며 축제가 시작된다. 두괄식 문장 같은 느낌이다. 이아고의 하강음계로 부르는 반음계 프레이즈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이다. 베르디의 계산된 작곡이었다. 이아고는 오텔로가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었고, 짝사랑하던 데스데모나를 오텔로에게 빼앗긴 것을 원망하고 있던 로데리고를 부추겨 복수를 결심한다. 이아고는 술 마시지 못하는 카시오에게 계속 술을 마시게 하고 결국 술 취한 카시오가 전 총독에게 상처를 입히고 이것을 지켜본 오텔로는 부관직을 파면해 버린다. 이어 사람들이 떠난 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는 유명한 사랑의 이중창: "어두운 장막 내리고" (Gia nella netto, densa)을 부른다. 보이토가 삭제한 원본의 1막 내용이 이 곡에 담겨있다. 이 아름다운 아리아로 5 막 같은 4막 오페라가 되었다.
2막: 이아고의 신조의 노래: "나는 잔인한 신의 존재를 믿는다." (Credo in un Dio crudel)를 부르며 그의 악마성을 드러내고 카시오와 데스데모나를 불륜으로 엮어 오텔로의 질투심과 의심을 불러일으켜 복수로 그를 파멸의 길로 이끈다. 인간의 욕심은 결국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악의 본성을 드러내게 한다.
오텔로와 이아고의 복수 이중창: "그래, 위대한 하늘에 맹세하나니!" (Si, pel ciel marmoreo giuro)를 부르며 이아고의 오텔로에 대한 복수와 데스데모나에 대한 오텔로의 복수, 둘 다  한 편이 되어 파멸의 길을 선택한다. 부인에 대한 의심은 블랙홀인가? 이아고에 대한 믿음이 깊을수록 데스데모나에 대한 불신은 깊어진다.

1막과2막 무대장치(프로그램북에서)

3막
데스데모나는 카시오를 용서해 줄 것을 다시 오텔로에게 간청하자 분노에 찬 오텔로는 자신이 준 손수건을 보자고 한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와 카시오 문제를 두고 다투던 중 데스데모나가 떨어뜨린 하얀 손수건을 이아고가 아멜리아에게 빼앗아 카시오집에 몰래 두었기에 그녀에겐 손수건이 없다. 오텔로는 자신이 사랑의 증표로 준 손수건임을 강조하며 그녀를 정숙하지 못한 창녀라고 까지 비난하며 의심은 더 깊어진다. 난폭해진 오텔로가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녀를 저주하며 바닥에 팽개친다. 데스데모나는 슬퍼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아리아<A terra! Si, nel livido fango>를 부른다. 결백을 주장해 보지만 소용없다. 억울한 데스데모나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오텔로가 이아고에게 데스데모나의 불륜의 증거를 가져오라고 추궁하자 이아고의 계략으로 카시오가 지니고 있던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오텔로가 보게 만든다. 의심은 깊어가도 아직 부인에 대한 사랑은 여전한 듯 하지만 자신의 열등감과 질투, 의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일 결심을 한다. 이 모든 일은 악마 이아고의 계략이다. 하얀 손수건은 이 오페라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데스데모나 죽음에 결정적 단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4막:
침실로 돌아온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사랑에 실패한 어머니의 몸종을 떠올리며 그녀가 즐겨 부르던 구슬픈 버들의 노래를 회상하며 아리아<La canzon del salice>를 부른다. 그녀가 나가자 데스데모나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며 아리아<Ave Maria>를 부른다. 죽음 앞에 선 여인의 간절한 기도이다. 그녀의 심정을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침실에 온 오텔로는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것을 강요하고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이미 이아고의 계략에 말려들어 이성을 잃은 그는 그녀의 목을 조르고 만다.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가 손수건에 관한 오해를 해명하고, 모든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오텔로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마지막 아리아<Niun mi tema>를 부른다. 그리고 단도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죽은 아내의 볼에 세 번 키스한 뒤 숨을 거둔다.

3막과 4막 무대장치

러닝타임 2시간20분의 대작이다. 마치 책을 한권 읽은 기분다. 오페라의 거인, 베르디의 주옥같은 아리아는 물론이고 무대 장치도 감명 깊다. 2막부터 나타난 거미줄은 3,4막으로 갈수록 점점 많아진다. 마치 권력욕에 눈이 먼 이아고와 질투와 의심으로 점점 나약해지는 오텔로가 거미줄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함을 나타낸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본다.

한 영웅을 파멸케 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부하인 이아고의 음흉한 계략일까? 흑인으로 혹은 무어인으로 장군의 지위까지 올랐지만 극복하지 못 한 오텔로 자신의 열등감과 질투였을까?
질투, 의심의 힘은 사랑의 힘보다 강한 것일까?
인간의 욕망은 악의 근원일까?

나비부인과 함께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오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