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음악

오페라 ‘멕베스’

흐르는물처럼~ 2023. 10. 30. 08:02

대구 오페라 축제 메인공연 ‘맥베스’
국립오페라단 초청공연이며 소프라노 임세경이 레이디 멕베스역을 맡는다.

맥베스는 주세페 베르디의 4막의 오페라이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베르디의 명작.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기초로 프란체스카 마리아 피아베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완성하고 1847년 3월 14일 피렌체의 페르골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1세기 중반 스코틀랜드가 배경으로 한 베르디의 초기 작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오페라로 평가되며, 특히 오페라로 뛰어난 심리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프레데릭 릭스:프랑스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의 맥베스 공연 장면(프로그램북 발췌)

맥베스라는 이름의 용감한 스코틀랜드 장군의 이야기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방코와 함께 귀환하던 맥베스는 우연히 만난 세 명의 마녀로부터 언젠가 자신이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고, 방코에게 또한 언젠가 왕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아내 레이디 멕베스와 함께 덩컨왕을 시해한 맥베스는 스스로 스코틀랜드 왕좌를 차지한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고 계속되는 불안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 방코를 죽이고, 이후 방코의 망령에 시달리던 맥베스는 왕위 계승 서열자들을 연이어 살인하게 된다.
한 번의 살인은 다음 살인을 부른다.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믿고 싶은 멕베스. 폭군 맥베스의 무자비한 정치는 결국 파멸에 이른다. 거기에는 레이디 멕베스도 한 몫한다. 멕베스가 나약하고 용기 없다고 끊임없이 다그치며 살인을 부추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끝이 어디까지며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맥베스 부부의 살인은 단순히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 그들의 내면에 잠재한 잔인한 인간성에서 나온 것 아닐까? 그러나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은 인간 본성의 내면에는 선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테오로르 샤세리오: 황야에서 세 마녀를 만나는 맥베스와 뱅쿠오(프로그램북에서 발췌)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는 마녀의 초자연적인 힘을 근거로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합리화시킨다. 처음에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을 믿지 않는 듯하지만 점차 진실로 받아들이며 맥베스의 내면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왕위에 대한 권력욕망 앞에서 이성을 잃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무의식 속에서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해 있었을 것이다.
마침내 맥베스는 왕위를 되찾기 위해 나타난 스코틀랜드의 귀족 맥더프와 던컨의 아들 말콤과 피의 대결을 펼치나 끝내 맥베스는 그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다. 레이디 멕베스의 사망소식을 듣고 멕베스는 ‘삶은 의미 없는 내일의 반복이며, 소음과 광기가 가득한 이 세상은 백치 같은 배우들이 잠시 종종걸음을 치는 무대’라며 덧없음을 토로한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모든 것이 이미 너무 늦어버린 다음이었다.

무대디자인(프로그램북에서 발췌)

베르디의 음악은 비극인데도 그리 어둡지 않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처럼 기이하지도 않다. 경쾌한 듯 밝은 듯 하여 편안하게 감상한다. 특히 무대 디자인은 압도적이다. 거대한 눈이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듯하다. 동시에 관객을 지켜 보는 듯 하다. 마치 눈꺼풀을 감았다 뜨듯 열렸다 닫힐 수 있으며 눈의 앞쪽과 뒤쪽은 상반된 세계이다. 한쪽에서 일어나는 일은 또 다른 쪽에서 일어나는 일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멕베스 부부의 의상 역시 극이 진행되면서 흰색에서 점점 붉은색으로 바뀌며 피로 얼룩진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나타낸 듯하다.

무대, 조명, 연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오페라였다. 합창단의 코러스를 뚫고 나오는 레이디 멕베스 임세경의 폭발적 가창력은 감탄을 자아내며 전율을 느낀다. 세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가능케 하는 강한 여운이 남는 오페라였다. 종합예술 오페라는 매력적이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https://youtu.be/Y6G8k_kTeiA?si=eSfGboqsmJ_nPq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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