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스페인, 포르투칼 한달여행

코르도바, 환상적인 석양

흐르는물처럼~ 2022. 12. 23. 16:55

미리 예매해둔 Alsa버스로 코르도바로 간다.
직행표가 아닌지 도중 두 곳을 들러 2시간 20분 걸린다. 오는 동안 지겹도록 올리브 나무를 보고, 올리브가 끝나니 밀밭이다. 탁 트인 낮은 구릉지에 이제 싹이 올라오는지 겨울 우리 보리밭 같다. 초록과 어울 어진 하늘과 구름, 윈도바탕화면 같기도 하고. 눈도 마음도 시원해지지만 하지만 도로가 엉망인지, 버스가 고물인지, 기사 운전실력 부족인지 멀미가 날 지경이다. 우리나라 도로는 비단길이다.

배도 고프고 어깨 약도 먹어야 해서 호텔에서 샌드위치를 시켰더니 풀세트장착.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마요네즈, 케첩에 소금, 후추까지 perfecto!! 음식사진 잘 안 찍지만 소금 후추 통이 너무 귀여워 안 찍을 수 없다. 석회질 많은 유럽물 덕분에 전기포트에 눌어붙은 석회 찌꺼기 제거를 위해 남은 발사믹을 포트에 넣고 끓였더니 온 방에 식초냄새가 진동한다.

코르도바는 과달키비르 강을 끼고 있으며 고대 로마 시대 때부터 도시가 형성됐다.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때에 수도의 역할을 해 이슬람과 스페인 후대 문화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 중세 문화유산이 보존되어 있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로는 조용하고 건물은 깨끗하다. 도로변 건물이 대부분 아파트인 듯 보인다. 옛 명성에 비하면 작은 소도시정도 느낌이다.

철문 뒤로 파티오가 보인다.

유대인지구는 메스키타 북쪽 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좁은 골목길에 꽃들로 장식된 흰색 건물이 특징이지만, 지금 12월이라 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보았던 골목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로마 다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코르도바의 역사적 중심지에 있는 다리로 기원전 1세기 초에 건설되었지만 이후 여러 차례 재건되었다. 길이 247m. 아치 16개이다. 다리 위에서는 흐르는 강물소리를 베이스로 바이올린, 아코디언 연주가 석양을 더 아름답게 한다.

칼라오라탑. 로마 다리 남쪽에 있으며 다리를 지키기 위한 요새였으나 현재는 역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옥상에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로마다리 맞은편 puerta del fuente과 라파엘 동상을 거쳐 미술관 가는 길. 왼쪽이 메스퀴타, 이슬람 모스크였으나 지금은 성당이다.

인도가 차도보다 큰 스페인. 코르도바도 예외는 아니다. 길 양쪽 서로 다른 벤치가 의외로 조화롭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쓸 때 머물었으며 소설에도 등장하는 포트로 여관.

포트로광장. 1577년 분수 꼭대기에 있는 어린 망아지에서 유래되었고 스페인어로 망아지라는 뜻.
코르도바 훌리오 로메로 박물관. 그는 코르도바 출신으로 코르도바 모더니즘에 큰 영향을 준 화가이다. 그의 사후 유가족이 박물관을 세웠다 한다.

이슬람과 가톨릭이 공존하는 메스키타.

메스키타. 예전에는 이슬람 사원이었지만 현쟈 이슬람, 고딕, 무어식, 바로크, 르네상스 건축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대성당이다.
튀르키예 성소피아 대성당이 모스크로 바뀐 것과 정 반대이다. 첫인상은 거대한 대리석 숲에 온 느낌이라 놀랐다. 내부 1200개 정도의 기둥이 있었다고 하나 성당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제거되고 현재 850여 개가 남아있다. 대리석 기둥은 로마에서 가져왔으며 기둥에는 작업자의 서명이 있다.

알카사르. 1328년 알폰소 11세가 세웠으며 가톨릭 왕들이 거처하는 궁전을 겸한 요새로 스페인 각지에는 이런 알카사르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이슬람 지배 이후 스페인에서 이슬람교도들을 몰아내기 위해 축조한 건축물로 그라나다를 공략할 때는 거점이 되기도 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가톨릭 이사벨여왕과 페르난도왕을 알현한 곳이다.

Palacio de Viani는 르네상스식 궁전으로 16세기에 지어져 마르케스 데 비아나 공작부인의 저택이었다. 1980년대까지 거주했으며 12개의 파티오와 아름다운 정원과 분수, 그 속을 산책하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겨울철이라 꽃을 못 봐서 조금 아쉽다.

점심 먹으러 간 맛집. 1908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노포이다. 멋진 메뉴판, 너무 맛있는 절인 올리브, 하몽 슬라이스로 포 뜨는 것이 신기해서 사진 찍는 것 허락받고 한컷. 맛보라고 주신 한 조각 이베리코 하몽 정말 맛있다. 소꼬리찜으로 든든하게 먹은 점심이었다.

이리저리 공원을 거닐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긴다. 크리스마스는 어디나 아이들의 축제이다. 임시로 마련한 놀이공원입구.

기차로 발렌시아 가기 위해 역으로 가는 중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을 보게 되다니! 코르도바가 나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 사진은 허구다. 행복 호르몬 넘쳐 하루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메스키타밖에 볼 것 없다고 한 내 생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