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스페인, 포르투칼 한달여행

세비야, 오렌지와 타일의 도시

흐르는물처럼~ 2022. 12. 17. 06:02

(air B&B 12/14~17) booked, Calle Rocio 4,
공항에서 EA번 버스 Prado de san Sebastian 도착, tram 정류장 뒤 교통국 TarjetaMultiviaje(11.5유로/3일, 무제한) 구매, 버스 이용 숙소
12/14 17:00 Torre del Oro - La casa del Flamenco(19:00,20:30) - Metropol Parasol(dinner)
12/15 Restaurante San Fernando(07:00) - spain광장, Parque de Maria Luisa - Uni of Seville, Plaza del Triunfo - Bodega Santa Cruz - Catedral(11:00) - Santa Cruz - Casa de Murillo
Tablao Flamenco Los Gallos(20:30, 22:30) 12/16 Real Alcazar(09:30) - 투우장 - Casa de Pilatos - Plaza del Triunfo - spain 광장, 산타크루즈 노천카페에서 dinner, 라이브 마차

2일째. 새벽잠이 깨면서 불안한 마음이 올라온다.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써 아니라고 부인해 보지만 그 마음 쉽게 가시지 않는다. 트라우마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하물며 세월호, 이태원 참사를 겪은 사람들 심정이 어떨지 공감 가고 앞으로 힘들게 살아가겠구나 생각에 마음 아프다. 약을 먹을까 고민도 해본다. 기념품 가게는 엄청 많은데 영어 안내판이 거의 없어 포르투갈어 모르는 관광객들은 헤매기 일쑤이다. 비와 바람과 함께한 포르투갈 여행, 심신이 힘들었다.

세비야까지는 비행기로 간다. 포르투갈 공항 면세 술가게 투어 중인 봉. 결국 위스키 한병 구매하시었다.

떠나는 날인데 날씨 좀 보소. 하늘이 본래 저 색깔이었나 싶다. 파란 하늘이 얄밉다.

세비야 도착. 숙소는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가 처음이라 어떤 집일까 궁금했는데 조용하고 깔끔하다. 테라스가 있는 2층을 사용한다. 분위기가 영국에서 홈스테이 했던 집 같다. 무엇보다 다른 손님이 없어 편안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시간쯤 쉬고 스페인 광장으로 나선다.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인 것을 보니 여기가 세비야 맞는구나.

광장 가는 길에 세비야 대학을 둘러본다. 18세기 대학 본관이 왕립 담배공장으로 사용되었으며 담배공장 노동자인 집시 여인 카르멘의 이야기를 다룬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배경이기도 하다.

세비야 어딜 가나 분수대 참 많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낙엽을 보니 지난밤 비가 엄청 내렸나 보다. 걷는 여행이니 걸어서 스페인 광장까지 갔더니 문이 잠겼다. 돌아 나오다 퇴근하는 듯한 직원에게 물어보니 문 닫은 것 맞고 내일도 확실하지 않단다. 이 무슨 일인고? 한국인 식당에서 배부르게 한식 먹고 나니 든든하다. 튼튼한 우산도 하나 샀고 내일은 세비야 대성당으로 간다. 지금도 밖에 비가 오고 천둥도 친다. 한 달 여행에 어찌 맑은 날만 있겠는가!

2일째 아침 날이 맑다. 역시 날씨는 우리 편. 우산을 챙겨 세비야 성당으로 간다. 어제 첫 타임 예매해 두었다. 저 멀리 이사벨 2세 다리가 보인다. 특별함은 없어 보인다.

성당 입구 손님 기다리는 마차들.

첫 타임이라 아직 대기줄이 길지 않다. 우산 짚고 대기 중인 봉!

성당 입구 정원은 오렌지 밭이다. 잠시 후 한국 가이드 관광객이 들어오자 우리나라 어느 도시 같다. 여기저기서 익숙한 언어가 들린다.

세비야 대성당.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르네상스, 바로크, 네오고딕 등 여러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내가 본 성당 중 가장 큰 성당이다. 사진을 찍어 보겠다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되게 하는 규모이고 나의 욕심일 뿐이다. 다만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연주도 들어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히랄다탑. 12세기에 스페인을 다스리던 이슬람 칼리프의 명으로 건설된 첨탑은 스페인에서도 가장 이슬람적인 건축물이다.

40번을 돌아 올라가야 종루에 도달할 수 있다. 가는 동안 아름다운 창을 통해 시내를 볼 수 있다

종루에서 본 대성당.

종루에는 모두 28개의 종이 설치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세비야의 상징물인 16세기 청동 풍향계인 엘 히랄 딜로가 있는데 진정한 신앙을 나타낸다고 한다.

콜럼버스의 묘.
이사벨 여왕의 사후에 콜럼버스가 가지고 있던 지위와 재산을 몰수당한 채 스페인을 떠나면서 “죽어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콜럼버스의 유언 때문에 그의 행적에 대한 여러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유언에 따라 지금껏 땅에 내리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묘가 되었다.

지나가다 보게 된 살바도르 교회. 다녀보니 성당들이 꽤 많다. 내부는 금칠 기본이다. 도시의 부유함을 나타내기 위한 금칠이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트램도 옷을 입었네. 이거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간다. 오늘 문을 열었단다. 못 보고 가는가 했는데 볼 수 있어 점심도 거르고 간다. 언제 비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광장 입구에 들어서니 진열된 옷 뒤에서 사진을 찍어준다. 세상에 돈 버는 방법은 몇 가지일까 궁금해진다. 호기심 생기지만 패스.

스페인 광장. 1929년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된 광장. 분수와 벤치, 바닥 등 모든 곳이 타일로 되어있다. 반은 타일인 것 같다.

스페인 58개 도시의 휘장과 지도, 역사적 사건의 순간이 모두 기록돼 있다.

세비야 골목은 포르투갈과는 많이 다르다. 좁은 골목이지만 깨끗하다. 오르막 내리막도 없어 다니기 편하다.

꼬꼬닭이라는 한식당. 비빔밥과 간장치킨으로 지친 위를 달랜다. 미소된장국은 속을 확 풀어준다. 주인아줌마 김치 한 사발 리필해주어 감사히 먹었다.

플라멩코 박물관. 플라멩코의 진화 과정, 유명 댄스들의 사진, 그리고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공연도 볼 예정인데 사진 촬영 금지다. 그냥 스페인 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7가지 스타일이 있고 각 스타일이 표현하는 감정들, 기쁨, 외로움, 죽음, 유혹, 우아함, 그리움, 열정을 표현한다. 강하고 격렬한 춤이다. 춤도 좋았지만 기타리스트의 기타 연주가 더 인상적이다. 완전히 연주에 녹아들어 사람이 악기이고 악기가 사람이다. 음악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이 보는 내내 사로잡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메트로폴 파라솔을 지나온다. 수도원이었던 건물이 부서지고 1973년 주차장으로 사용하다 2004년 건축 공모전에 당선되어 2011년 완공되었다. 모두 나무로 만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구조물이다. 루프톱 산책로 따라가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야경이 볼 만하다. 3일째 아침. 주인 내외는 12시 넘어까지 TV를 보는지 시끌시끌하고, 머리는 안개 낀 듯한 느낌이라 쉽게 잠들지 않는다. 내 몸은 정상인데 마음이 몸을 지배하여 여기저기 문제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괜찮다고 속으로 외쳐보지만 외국이라 불안함이 자꾸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은 일 걱정하는 한 낱 중생이다. 마음 한번 다잡고 오늘도 신나게 즐겨보자.

마까레나 성당. 눈물 흘리는 기적의 성모상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다. 무료이다. 성당은 작지만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한 대기줄이 엄청 길다. 가톨릭 신자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성모상, 아들을 잃은 어미의 슬픈 표정이다. 자식 잃은 아픔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라고 하던가.

마리아 루이사 공원. 산텔모 궁전에 속한 정원 1893년 소유자 마리아 루이사 공주가 시에 기부하여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영국의 하이드파크 공원은 넓은 잔디밭이라 시원한 느낌이라면 루이사 공원은 숲이라 할 만한 공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야자수, 아름들이 버들나무, 오렌지 나무 등이 잘 어우러져 신선한 공기를 내뿜는다.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공원이다.

다시 스페인 광장을 간다. 반원 형태로 정확한 대칭구조가 안정감을 준다. 편안하고 명상도 저절로 될 것 같은 곳,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셀카 한 컷.

알폰소 13세 호텔. 스페인 박람회 당시 숙소로 사용했던 곳을 호텔로 운영한다. 5성급 호텔. 봉 님의 버킷리스트 야외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기. 동네 고양이가 와서 조신하게 앉아 봉 님을 간택했다. 많이 해 본 경험이 있어 보인다. 오징어 다리 하나 보시했다.

알카사르. 이슬람 양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아름다운 궁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왕좌의 게임 시즌 5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건축 양식도 아랍풍으로 수많은 아치, 화려한 패턴의 다양한 타일, 여러 개의 분수, 곳곳이 배치되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과 파티오 등 한 시간을 돌아도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좁디좁은 산타크루즈 골목. 마주 보는 집에서 kiss 할 수 있는 간격이라더니 정말 어떤 골목은 두 사람 다니기 힘들 정도로 좁다. 어린 시절 저런 골목이 있었는데 지금 거의 사라져 안타깝다. 향수를 불러오는 거리라 정감 있다.

산타크루즈 유대인지구. 비 내리는 거리 바에서 히랄다 탑을 마주하며 나도 오늘은 상그리아 한잔. 주스 같아 나에게 안성맞춤.

거리마다 식당과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친구, 연인, 가족, 노부부 모두 나와 펍에서 술과 음악을 즐기고 식사를 하며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가보다. 벌써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거리 모금도 한다. 우리와 참 다르다. 그 시간 나는 숙소로 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스페인의 밤 문화가 아직은 낯설다.
오렌지 나무와 건물 한 부분이라도 타일이 붙어 있는 도시 세비야, 볼거리 참 많은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