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스페인, 포르투칼 한달여행

바르셀로나, 여기서 새해를

흐르는물처럼~ 2023. 1. 3. 10:47

29일. 다녀도 되나 싶다만 무조건 마스크 끼고 다녀야 한다. 여행자이고 다닐만하니까. 몬세라트와 와이너리 투어 가는 날이다. 해도 뜨기 전 숙소를 나서 까사 바트요 앞으로 간다.

일찍부터 식품차들이 줄지어 바삐 움직인다. 새벽 여명이 무지갯빛이다. 이 무슨 조화인가! 난생처음 보는 무지개하늘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여행이 주는 행복감이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사진색 그대로이다.

가는 중에 일출을 본다. 오늘 하늘이 나를 설레게 하는구나. 높은 건물이 없어 더 장관이다. 매일이 새날이다.

와이너리에서 바라본 몬세라트

몬세라트는 ‘톱니 모양의 산(Mons serrtus)’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설계하기 전 여기서 영감 받았다고 한다. 해저 융기된 산으로 톱으로 썬 듯한 거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바위 기둥들이 10km 이상 이어진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다.

스누피라고 이름 지어본다.
산 조르디 조가상. 스페인 조각가 수비라치 작품.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를 조각했다.

수도원에 심어진 나무 네그루 나무. 야자, 사이프러스, 올리브, 월계수. 가이드가 그 뜻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잊은 지 오래다.

십자가 없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표현한작품. 얼굴이 음각화로 되어있어 시선이 나를 따라 오는 듯 하다.
사찰의 연등같은 것. 돈내고 사서 거는 것이라 한다.

성 베네딕도회 산타마리아 데 몬세라트 대수도원, 그리고 수도원 성당에 검은 목각 성모상이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모상은 이슬람을 피하기 위해 감추어진 것이 우연히 발견되었고, 1023년 위프레도 백작의 증손자 리폴 신부가 은수처를 확장해서 수도원을 설립한 후 12세기에 목각 성모상을 모신 성당이 건축됐다고 한다. 구를 들고 있는 왼손은 만지면 아픈 사람을 치유해준다고 믿는 사람들의 손길로 닳아 색이 바랬다.

성당을 돌아 나오니 소원초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누구나 이루고 싶은 게 많은가 보다. 어느 성당을가나 사찰의 시주함 같은 느낌의 소원초가 다 있더라는.

푸니쿨라 타고 내려 가던 중 올라가는 푸니쿨라 만나다. 항상 두 대가 한 세트로 움직이는 것이 푸니쿨라.

산악 푸니쿨라를 타고 내리니 수도원이 한눈에 보인다. 몬세라트산에는 작은 기도처가 산 여기저기 150여 군데가 있다고 한다. 산책하면서 작은 성당이 있는 곳까지 가려했으나 왕복 한 시가 반이라 컨디션 생각해서 도중에 내려오기로 했다.

딱딱하고 짠 빵조각과 싫.어.하.는. 카페라테로 점심 때우고 와이너리로 간다. 타파스고, 파에야고, 스테이크고 이제 쳐다보기도 싫다. 컵라면이 최고다.

48년된 포도나무들
찌꺼기 제거 하는 과정
점토질이라 수분을 머금고 있어 나무키는 작지만 뿌리는 땅속5m까지 뻗는다고한다.

1380년대 포도 재배시작, 1887년 샴페인 제조시작한하여 4대째 이어가는 와이너리. 스파클링 와인이 되기까지 과정을 가이드가 아주 잘 설명해 준다. 적어도 3,40년 이상된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라야 맛있는 와인이 된다고 한다. 그러기에 그 이전은 그냥 자라도록 나 둔다고 한다. 탄산가스를 잃지 않고 내부 찌꺼기를 빼내는 것이 기술이란다. 포도 재배 환경이 우리나라와 달라 결코 같은 와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세 종류 시음이 있는데 각 두 모금씩 홀짝이고 만취상태. 샴페인 마셨는데 얼굴빛은 레드와인. 93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한 병 구매하고 투어 끝.

오늘도 람블라스 거리와 카탈루냐 광장은 붐빈다. 호텔로 돌아와 저녁으로 컵라면에 뮤즐리 넣어 봤더니 라면에 밥말은 것 같아 든든하게 느낀다. 궁하면 통하는 법! 30일. 자기 전 남은 약 봉 님에게 양보하고 가져온 감기약 한 알 먹었더니 약에 눌러 한 참 뒤척이다 잠들었다. 용법대로 두 알 다 먹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컨디션이 아무튼 어제 보다 좀 낫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1883년 성당의 가우디가 수석 건축가로 취임 후 고딕 건축 양식과 아르누보 양식을 결합한 건축양식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가우디가 사망한 1926년 25%가 완료되었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에 외부가 완공될 예정이고, 내부장식은 2032년 완성될 예정이라 한다. 가우디는 설계도 없이 구엘공원이나 구엘 성지에서 검증한 후에 성당을 지을 때 적용했다. 성당 건물도 세계문화유산이지만 가우디 작업도 세계문화유산의 일부라 한다.
현재 140년째 공사가 진행 중이며, 비용은 관광객 하고 신자들 헌금,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세계 각국 언어로 쓴 주기도문. 자세히 보면 한글도 있다.
3D로 모형 만든 다음 실제로 적용했다. 사진을 거꾸로 보면 성당이 보인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에 실내는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황홀하다. 어떤 조명으로 성당 안을 저런 색으로 채울 수 있겠는가!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연색. 앉아있을 때, 서있을 때 빛이 다르게 내게 오며 나도 모르게 빛에 이끌려 다닌 듯하다. 파이프 오르간을 제단자리에 설치한 것도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라니! 또 모든 것이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결과이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나뭇가지 모양의 기둥이 뻗어있어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두 시간을 머물다 현실로 돌아온다. 그는 천재다.

도메네크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6폭 병풍같은 창문. 저멀리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보인다.

가우디의 스승이자 라이벌이었던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의 작품. 카탈루냐 음악당도 그의 작품. 1902년에 시작하여 1930년에 완성되어 2009년 새 건물 지어 이전할 때까지 운영했다. 세계 문화유산이다.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입원하는 환자들에게 따뜻한 느낌, 안정감,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파스텔톤의 타일의 벽과 천정은 환자에게 안정감을 주었을 것이다. 병원이라기보다 궁전 같은 느낌이다. 가우디와 스승과 제자사이라 서로에게 영감을 받았으리라. 같은 듯, 다른 듯 공통점도 많은 것 같다. 정원도 넓고 관광객도 별로 없어 편안하게 산책하다 돌아선다.

31일. 이제 여행도 2022년도 마지막이다. 10시나 돼서야 보케리아 시장으로 나선다. 발걸음이 무겁다.

너무 귀여운 달걀 가게

오전부터 붐빈다. 시장 규모도 상당히 크고 13세기초에 만들어진 재래시장이다. 농수산물 이외에도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컵과일이 너무 신선하고 맛있어 보여 3유로에 구입, 신선하긴 한데 맛은 그저 그렇다. 아직 숙성 덜 돼서 그런가?

맛조개 7개 20유로다. 깡패들 아녀? 가게 걸어 둔 인테리어 소품 내 마음에 들어 조금 용서하기로 한다.

콜럼버스 기념비가 있는 해변으로 가던 중 작은 교회 벽에 재미있는 벽화가 있다. 얼마나 무거울까?

1859년 9월 23일 바르셀로나 항구에서 선보인 Narcís Monturiol이 설계한 잠수함 Ictineo I의 복제품.

해양박물관. Drassanes Reials de Barcelona(바르셀로나 왕실 조선소)였다. Aragon Crown의 전함(주로 갤리선)을 건조했는데 이는 1243년 제임스 1세에 의해 작성된 문서가 증거이다. 17세기까지 왕립 조선소는 해군용 선박을 건조했으며, 1941년부터 바르셀로나 해양 박물관이 되었다. 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된 중세 조선소 중 하나이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볼거리가 많았다. 그 시절 모든 사람의 삶은 왕실과 교회에 맞춰진 것 같다. 그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 온 후 하루 한 끼는 한식으로 먹기로 하고 매일 새로운 한식당 찾는다. 어느 한식당이나 대부분 이런 인형이 있다. 어릴 적 우리 집에도 인테리어용으로 유리곽안에 들어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고 가끔 외국인을 위한 기념품 가게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 광장 앞에서 몬주익 언덕 분수 있는 곳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300m 정도 거리이다. 가족, 친구, 여행객, 심지어 유모차까지 가뭄으로 10월부터 중단되었던 분수쇼도 보고 제야를 보내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새해 12초 전에 12개 포도알을 다 먹어야 올 한 해 잘 보낸다는 풍습이 있어 포도를 사들고 온 사람도 보인다. 분수쇼는 기대이상이지만 조금 지겹다는 느낌이 들어 한 시간쯤 관람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5분 거리에 숙소가 있지만 끝난 후에는 한 시간은 걸릴 것 같았다. 사람들 뚫고 나오기 힘들 만큼 많은 인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만에 하는 분수쇼 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낸다. 난생처음 외국에서 보내는 연말이다.

새해 아침. 마지막날이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길고 아름다운 해변은 올림픽때 만들어진 인공해변이라고 한다.

틈새시장. 해변 모래사장에 깔 매트를 팔고 있지만 그다지 사는 사람이 없다.

새해맞이 수영대회가 있었나 보다.

총길이 752m 케이블카 타고 Miramar 언덕으로 가는 중. 항구가 엄청 크고, 항구에 정박한 요트도 엄청 많다.

몬주익 언덕. 과거 가톨릭으로 개종을 거부한 유대인이 여기서 처형당했다고 해서 유대인의 언덕(몬주익)이라고 불린다.

17세기 요새이자 옛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곳. 지금은 군사 박물관이다.

걸어가도 되는 길을 여행 막바지라 다리가 후들거려 Telefèric이라 부르는 미니 케이블카 타고 내려가는 중. 바르셀로나 시내가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1992년 당시 올림픽 성화대.

케이블카 내려서 미술관쪽으로 내려가면 올림픽 경기장이 보인다. 1992년 하계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황영조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것을 기념하고 경기도와 자매결연을 맺으며 이 기념물을 세웠다한다. 먼 이국땅에 우리말과 태극기의 흔적이 있다는 것이 자부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미술관은 휴일이라 겉모습만 보고 숙소로 내려온다. 어제 인파들로 가득한 거리가 오늘은 한산하다. 밀물과 썰물이 한차례 지나간 것 같다. 내일 새벽 6시 비행기라 일찍 짐 싸고 여행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