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날씨 흐리다.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 아무리 역이 가까워도 우산 쓰고 캐리어 끌기 쉽지 않고 고르지 않은 인도로 인해 바퀴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번거로워진다.
초콜릿 광고탑이라 해야 하나? 벨기에 고디바, 스위스 린트, 미국 허쉬, 독일은 Ritter Sport가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역 입구 책 쌓아 놓은 듯한 화려한 광고탑이 있으니 매출 팍팍 오르겠다.
철골 구조의 역이 아주 튼튼해 보이지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기차는 이층 기차에 우리 좌석은 이층이다. 다만 캐리어 들고 올라가야 하지만 새로운 경험이라 감수한다. 이층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고층에서 시내 조망하는 기분이다. 한 층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실히 체감한다.
베를린 도착. 1995년에 착공하여 2006년에 완공되었는데, 획기적으로 유리벽과 유리천장을 사용했으나, 철골구조가 엄청 튼튼해 보이는데도 완공 1년 만에 천장 유리타일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쨌든 장거리 열차, 로컬 열차, S반, U반 다양한 노선으로 많이 이용하는 큰 역이고 독일 전역뿐만 아니라 동유럽 쪽으로 국제열차도 많이 다닌다.
엄청 커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잠시 멘붕이 오고 정신 차리고 출구를 찾아 캐리어에 끌리듯 역을 빠져나온다. 여기부터 숙소까지는 전 세계 여행자의 길잡이 구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문제는 돌아 돌아 목적지에 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한 바퀴 돌고 호텔 도착했는데 역 바로 앞이다. 이런 삽질을 시키다니!
1954년 베를린시에서는 곰을 시의 상징으로 정했다고 한다. 붉은색의 팔, 다리와 혀를 가지고 있으며 서서 포효하고 있는 곰이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했으며 법적 지위도 부여했다고 한다. 리셉션 옆에 물구나무 선 붉은 곰이 낯선 여행자를 반기며 웃음을 선사한다.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가는 길 회랑의 기둥과 천장 모양이 멋지다. 이 공간을 걸어가면 나도 예술품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다.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의 하나인 박물관섬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섬에는 구박물관, 신박물관, 구 국립미술관, 페르가몬 박물관, 보데박물관이 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임시 휴업이란다.
티켓 구입 줄이 좀 길지만 어차피 가야 하니까 마음 비우고 기다리는데 경험상 30분이면 될만한 줄인데 1시간가량 기다린다. 한 번에 10명씩만 들여보네는데 안에서 신호가 와야 넣어준다. 공짜도 아닌데. 게다가 대기 없이 일찍 들어가는 패스트트랙 입장권 가진 부자들 먼저 보내줘야 하니 자꾸 늦어져 비웠던 마음이 짜증으로 차오른다. 지루함을 이기는 방법, 사진이나 찍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다음 갈 순서인 신 박물관이 살짝 보인다.
드디어 입장.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전시관을 가려면 레드카펫을 올라간다. 흠~~
플루트 콘서트 그림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오른쪽 악단이 있고 관객은 왼쪽 몇 명의 귀족이다. 노동하지 않았던 귀족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이 된다.
팬플룻이 있는 동상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팬플룻을 배우고 있으니 바로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그 시절 재료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주로 대나무이지만 요즘 플라스틱도 있다.
독일 작가의 작품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모르는 작가이지만 작품이 마음을 움직인다. 동양화 같은 고요함과 정적이 발길을 붙잡는다. 마음 깊이 큰 울림을 주는 그림이다.
여행 중 마네 작품은 여기서 처음 본다. 강한 그린색 배경이 생동감을 주어 주인공을 부각하는 것 같다. 세잔의 녹색을 좋아하지만 마네의 녹색은 또 다른 맛이다.
1872년 그림인데 여인들이 거위털 뽑는 모습이다. 거위털 핸드픽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되어 좀 놀랍다. 아마 그 이전부터 행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거위털로 뭘 했을까? 겨울옷? 이불?
베를린 신 박물관. 1855년 완공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후 그대로 방치되었다가 2003년 재건 시작 2009년에 다시 개장했다고 한다. 선사 시대, 고대 이집트 시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집트 전시관이 티켓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이집트전이 열리기도 하지만 굳이 갈 필요성을 못 느껴 간 적은 없지만 한번 가 준다.
무슨 뜻일까 애써 유추해 보지만 알 길이 만무하다. 글 모르는 심정이 이러할까 싶다. 통과!
청동기 시대 horn 이라는데 곡선의 모양이 예술작품이다. 연밥 같아 보인다. 요즘 작품이라 해도 찬사 받을만한데 그 당시 단지 손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
걸어서 노이에 바헤로 가는 길은 인도나 도로나 한적하다. 낮게 내려앉은 구름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다. 그래도 구름 보는 것 좋아하니까 괜찮다.
노이에 바헤는 1816년부터 1818년까지 왕궁의 경비 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
케테 콜비츠가 만든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가 내부에 전시되어 있으며 전쟁과 독재의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간이다. 건물 안에 청동 조각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아들을 품고 있는 어머니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듯하다. 마치 피에타를 보는 것 같다. 죽은 아들 품은 어미만큼 슬픈 사람 있을까? 한참 가슴이 멍하다.
지하철 가는 길에 훔볼트 대학이 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대학교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립대학이다. 학교 앞 도로에 중고품 가판대가 길게 늘어서 있다. 중고책, 엘피판, 장난감, 오래된 신문, 잡지, 어린이 책, 그림 등 다양하다. 구경하면서 걷는 재미는 솔솔 하지만 누가 살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 파는 사람도 있겠지.
지하철로 숙소로 간다. 이때가 오후 4시쯤. 여행 막바지라 그런지 밤새 충전한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느낌적 느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늘 저녁 뭐 먹지? 저녁 메뉴 선택은 365일 고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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