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35일차 프라하/국립미술관,오베츠니돔카페, 루돌피넘

흐르는물처럼~ 2024. 5. 9. 14:12

컵라면과 사과 반쪽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이제 빵도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어제 아침 샤워 부스에서 미끄러져 부딪힌 엉덩이가 아프다. 공간이 좁아 크게 안 다쳐 다행이고 마지막 액땜했다 생각한다. 나이 들면 하던 대로 해야 한다. 순간의 생각이 큰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홀레쇼비체에 있는 프라하국립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로 간다. 27번 트램으로 갈아탄 후 도착해서 에너지 업을 위해 커피 한 잔 한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입구에 세워 놓은 안내판의 그림이 범상치 않다. 아무튼 입장!

입구에 들어서면 큰 조각상이 시선을 확 끈다. 드래건과 기사라는 1995년 작품이다.

AUGUSTE RODIN Meditation (The Inner Voice), (1885)

입장하면 바로 로댕의 조각상이 있고 그 외 묘지에 함께할 다양한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알 수 없다.

미술관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하지만 관람객이 거의 없어 편하게 돌아본다.

EGON SCHIELE Pregnant Woman and Death (Mother and Death), 1911
EGON SCHIELE Still Life with Flowers, 1911

에곤쉴레 작품은 볼 때마다 슬프다. 밝고 화려해도 그 안에 슬픔이 있는 듯하다.

PABLO PICASSO Violin, Glass, Pipe and Anchor (1912)
ALFONS MUCHA Gismonda, (1894)

타로카드를 그린 알폰스 무하의 작품도 있는데 내 취향은 아니라서 박물관이 있다지만 패스!

GUSTAV KLIMT The Virgin 1913
QUIDO KOCIAN Life is a Battle!, 1902

예나 지금이나 삶은 전쟁이지. 자연환경이 다르고 생활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밥 먹고 사는 것은 똑같으니까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은 같을 것이다.

Paul Gauguin (1848-1903) Escape, (1902)
Paul Cezanne House in Aix (Jas de Bouffan), (1885-1887)
Auguste Renoir Lovers, (1875)
Pavel Brazda Large astronaut 1954

미술관 입구 안내판은 실은 이 작품이었다. 미국과 소련사이의 초기 우주 경쟁에 대한 풍자라고 설명한다. 오늘도 그림 감상으로 정서적 문화적 양식을 채우고, 허기진 배도 채우러 오베츠니 돔 1층 카페 카바르나 슬라디아로 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

100년 되었다는 샹들리에는 요즘 제품이라 해도 될 만큼 디자인이 멋스러워 카페를 더 고급지게 만든다.

메뉴판을 훑어보다 터키식 커피 발견, 단박에 이것으로 주문한다. 터키식 커피는 이브리크라는 주전자에 커피를 세 번 끓이는 방식인데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처음 먹어 보는 맛이다. 카르다몸 향신료가 들어갔는지 처음 경험하는 맛이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면서 이브리크 주전자는 갖고 싶은 품목이었는데 아직까지 구입하지 않았고 그 맛이 궁금하던 차에 우연히 좋은 경험을 했다. 케이크는 보기도 먹음직스럽고 맛도 최고이다. 토핑 된 과일 특히 딸기는 너무 신선하고 케이크는 적당히 달다. 가성비가 정말 좋아 프라하 여행하고자 한다면 강력 추천한다.

카페를 나서니 낯선 음악 소리가 난다. 처음 듣는 소리 따라 가는데 카페  옆 인도에서 버스킹이 한창이다. 악기는 물이 담긴 유리컵이다. 여행 중 노래, 기타, 아코디언, 플루트, 색소폰, 디지털 피아노 등 별별 버스킹 다 봤지만 요건 정말 참신하다. 의외로 연주 소리가 너무 아름답다. 한참을 감상한 후 갈길 바쁜 여행자 2유로 내고 돌아선다. 버스킹 돈내기는 처음이지만 내게는 그럴 가치 있었다.

보헤미아 크리스털 제품 전시 판매하는 곳이다.

체코 전통적인 핸드메이드 크리스털제품. 어릴 적에 엄마는 크리스털은 아니었겠지만 비슷한 그릇들을 집 찬장에 손님용 화채그릇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왜 좋은 그릇들은 가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을까? 가족이 제일 소중한데.

알폰스 무하의 그림이 들어간 제품도 있다. 눈호강 실 컷하고 3시 예매해 둔 루돌피넘으로 간다.

루돌피넘 옆 광장에는 일요일이라 장터가 열리고 버스킹도 하고 활기차다. 어딜 가나 장터가 참 많다. 사실 여행자 입장에서 눈요기 거리로 좋으나 살만한 것은 없다. 우리 정서와 다르지만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는 있다.

프라하 국립극장 단원들이 오페라 반주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음악회를 만들어 보고자 한 것이 체코 필하모닉의 시작이다. 그래서 1896년 루돌피눔에서 창단 연주회의 지휘를 드보르자크가 맡았다. 이때 연주한 곡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다. 1946년 제1회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에서 루돌피눔 메인 홀인 드보르작 홀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다.

기프트샵에 진열한 아주 특별해 보는 바이올린. 1920년 이전 유럽에서 만들어졌다는데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하다. 여행 중 전시되어 있는 많은 악기들을 봤지만 이런 모양의 바이올린은 처음이다. 정말 독특한 디자인이다.

크기는 작아 보이는데 1100석 규모라고 한다. 오늘 어떤 공연인지 큰 정보가 없다. 다만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클래식 음악 공연은 아닌 것 같다.
공연에 쓰일 악기의 종류도 많다. 파이프 오르간도 열려 있어 기대감이 차 오른다. 오늘 공연은 Ondřej Tichý 라는 음악가가 이끌어간다. 시작하자 입으로 ‘츠츠츠, 치치치, 끼룩 등 의성어를 내기도 하고, 피리도 불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손뼉도 치고 발도 구르고 때로는 그들의 연주에 아이들을 불러내어 쉬운 악기를 쥐어주고 같이 연주하게 한다. 연주자와 관객이 혼연 일치가 되는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서로 하려고 손을 번쩍번쩍 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음악은 명상음악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곡은 체코 민속 노래인지 모두가 따라 부른다. 귀로만 듣는 전통적 음악에서 벗어나 듣고 보고 피부로 느끼도록 하는 공연이었다. 다시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공연이었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가슴을 파고들어 온다.

공연 후 돌아오는 길에서 본 약간은 섬뜩한 설치물. 한 손으로 매달려 있는 남자는 곧 떨어질 것 같이 위태하다. 왜 저렇게 했을까 궁금점을 안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