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36일차 드레스덴/가톨릭 궁전교회,드레스덴 캐슬, 젬퍼 오페라하우스

흐르는물처럼~ 2024. 5. 11. 02:35

8시 28분 드레스덴 기차를 타기 위해 일찍 서두른다. 1박만 하고 내일 베를린으로 가면 이번 여행은 끝난다.

역은 늘 붐빈다. 일찍 출근하는 사람, 여행객, 출근 전 식사하는 사람, 오픈으로 바쁜 가게 점원들로 활기차고  생동감 있다.

여기서 wrap이라 부르는 진열장 맨 위의 롤을 선택해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플랫폼으로 간다. 먹어본 것 중 제일 입맛에 맞고, 맛도 있고 부담 없다.

내릴 준비로 출입문쪽에 나왔더니 눈앞에 기차의 유리문이 바로 보여 깜짝 놀랐다. 이번 열차는 1등석이 맨 끝이다. 전혀 기대 없었는데 유리문을 통해 멀어지는 철로를 볼 수 있어 낭만 기차 탄 기분이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어려운 광경이라 신기하다.

드레스덴 역은 의외로 깨끗하고 환하다.  역 출구로 나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지만 우산 쓰지 않고 그냥 숙소로 직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호텔 리셉션에 쓰여 있는 글 귀가 인상적이다. 적어도 나는 한 페이지 이상은 읽은셈이다. 다행이다.

엘리베이터 입구 벽화단의 그린색이 투숙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모두 살아있는 식물이고 관리도 아주 잘하고 있는지 푸릇푸릇하다.

14층에서 보는 시티뷰는 최고이다. 탁 트인 시야에 그간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야경도 기대해 본다.
일단 가톨릭 궁전 교회로 간다. 그리고  젬퍼 오페라 하우스로 가서 어제 저녁 급하게 예매한 오페라 관람을 한다. 처음 보는 오페라이기 때문에 기차 안에서 열심히 예습을 했다.

유럽의 봄. 꽃 천지일 줄 알았는데 완전히 실망. 길거리 화단의 팬지가 약간의 위로가 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지이지만 뭔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여기가 드레스덴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비가 조금씩 뿌리는 도시를 걷는 것도 낭만적이다. 비 맞는 거 싫어하지만 이 정도는 우산 쓰기도 애매해서 그냥 즐겨보기로 한다.

크로이츠 교회는 독일 작센 주 최대의 개신교이다.
13세기 무렵 완공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파괴되었고, 18세기 동독과 서독이 통일한 이후 재거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바로크와 아르누보 양식이 혼합된 얼룩덜룩한 외벽에서 전쟁 당시 폭격을 입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본래 이름이 있었지만, 한 어부가 엘베 강에 떠 있던 십자가를 발견한 후 크로이츠 교회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개신교회는 가톨릭 대성당과 다르게 장식 없이 단순하다.

어느 유대인을 추모하는 기념비. 누군가 꽃을 두고 갔다. 인도 한쪽켠에 있어 시민들도 불만이 있을만한데 어쨌든 저 꽃이 시들 때까지 치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톨릭 궁전교회. 실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2차 세계 대전 때 3일간에 걸친 미영 연합공군의 주야간 폭격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건물이 파괴된다. 그 당시 독일의 피렌체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문화재가 많은 도시였기에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 주변도시 사람들까지 여기로 모여들었는데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가 잿더미가 되었다. 이를 드레스덴 폭격이라 부르며 융단폭격, 블럭버스터라는 말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블록버스트는 폭탄의 종류이다. 그때 그을린 검은 흔적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어 오히려 아름다워서 가슴 아프다. No War!!!

제단

작센주 최대 규모의 18세기 건물로 복원되었고 내부는 흔히 봤던 그 프레스코화가 없고 단순하다. 흰 벽과 천장사이 중앙 제단의 그림이 분위기를  더 엄숙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쪽 편에 있는 십자가 눈에 띈다. 많은 십자가를 봤지만 머리카락이 있는 십자가는 처음이다. 비신자가 보기에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든다.

젬퍼 오페라 하우스로 간다. 드레스덴 오페라 하우스는 예정에 없었지만 갑자기 결정한 일이라 티켓을 구할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예매가능했다. 하루 전에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작품이 어떨지 반신반의이다.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 하우스. 생각보다 크고 특히 흰색 계열 천장화와 붉은 계열 좌석이 깔끔하면서 기품 있다. 살짝 기대된다.

시작 전 이미 주인공 두 사람이 뭔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벌써 시작한겨? 처음 보는 상황에 살짝 당황했다.
무대장치는 그냥 흰 벽이다. 우리나라 오페라만큼 무대장치 잘하는 곳은 여행 중에는 못 봤다. 비첸차를 방문했을 때 오페라 축제가 열리는 아레나에서는 좀 예외이다. 올해 아레나 오페라 축제 개막작 아이다의 무대 장치를 하고 있었는데 엄청 나서 내가 이집트에 온 것 같았다.

오페라 ‘카탸 카타노바’는 체코의 레오시 야나체크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로, 1921년 11월 23일에 브르노에 있는 국립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내용은 혹독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를 하던 카탸는 우유분단한 남편이 열흘 집을 비운사이 사촌 시동생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 사실을 귀가한 남편에게 고백하고 강물에 투신한다는 내용이다. 카탸는 마음이 여린 여자이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마음속의 선과 악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합창소리가 달래주는 듯하다. 애절하고 애달픈 이야기이다. 별점 3점. 그러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왕관의 문

츠빙거. 작센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궁전으로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여 1710년부터 약 22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재건하여 현재는 대표적인 작센 바로크 양식의 궁전으로 자리 잡았다. 궁전의 건물은 삼면으로 배치되어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왕관 모양의 지붕을 가지고 있는 궁전의 문이 인상적이다. 지금 공사 중이라 겉모습만 봐야 했다.

드레스덴 캐슬. 45년 드레스덴 폭격 이후 재건했으나  현대적인 요소도 많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드레스덴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이다. 특히, 성 안으로 들어서면 로비의 천장은 투명한 모자이크 천장이다. 자연 채광으로 밝고 환해서 마치 온실에 들어온 것 같다.

술잔
41캐럿 그린 다이아몬드
크리스탈 주전자

41캐럿 다이아몬드도 엄청난데 게다가 그린색이라니! 수정을 조각해서 만든 주전자. 수정 덩어리를 깎아서 주전자를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다. 누군가의 많은 노력과 시간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위대하다.

비너스가 있는 볼 17세기
골드 커피세트

산호 손잡이가 있는 커트러리는 너무 예쁘다. 1581년에 만든 것이며 가운데 있는 작은 통은 소금통이다. 밥 잘 안 먹는 아이들에게 주면 효과가 좀  있을 것 같다.

16세기 다프네 모양의 술병.
아폴로의 성추행을 피하기 위해 월계수나무로 변형되는 순간의 님프 다프네의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이 이야기는 보르게세 미술관에 베르니니 조각품도 있다. 뚜껑이 어디 있는지 아무리 살펴도 찾지 못한다. 장식용이겠지?

총기 전시실. 긴 복도 양쪽에 온갖 총기류가 전시되어 있다. 여기뿐만 아니라 무기 전시실이 꽤 많은 편이다. 살상 무기인데 전시하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다.

오르니카. 앞쪽은 오르간이고 뒤쪽은 바느질 키트, 보드 및 카드 게임, 세면 용품 및 필기구, 미용 기구 세트, 과학 기기등을 보관할 수 있으며 접이식 의자가 있다. 참 독창적인 디자인이다. 공간 활용이 좋아 집에 하나 두고 싶다.

군주의 행렬을 그린 102m 규모의 벽화는 그림이 그려진 약 2만 5천 개 타일로 이루어져 있고 총 94명의 드레스덴 통치자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행렬의 마지막에는 벽화를 그린 화가 빌헬름 발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데 확인할 수 없다. 그 화가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다.

브륄의 테라스. 1740년 하인리히 폰 브륄이라는 백작이 요새의 일부였던 곳을 정원으로 바꾸어 그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고 한다. 시인 괴테가 '유럽의 발코니'라 불렀을 만큼 아름다운 테라스이다. 앞으로 흐르는 엘베강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것 같은 곳이다.

멀리 아우구스투스 다리 아래 흐르는 강은 평화롭다.

정원 아래 식당 테라스에서 독일 굴라쉬와 소시지로 이른 저녁을 먹는다. 각도시마다 다른 굴라쉬. 독일식인지 이 식당식인지 알 수 없으나 거의 수프에 가깝다. 조금 짜지만 맛은 괜찮다. 여행하면서 먹어본 유럽 음식이 우리나라 음식보다 훨씬 짜다. 하지만 소시지는 우리나라 것 보다 맛있다. 특히, 햄이나 소시지 특유의 맛은 없고 담백하다. 첨가물이 적게 들어가는가 생각해 본다.

1945년 2월 15일 융단폭격에 프라우엔 대성당의 돔이 무너졌고 그 잔해를 성당 앞에 전시하고 있다.

프라우엔 교회 앞 독일의 신학자이며 종교 개혁가인 마르틴 루터 동상. 뭔지 모르겠지만 모여서 조지아 국기를 두르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선교 활동인가 싶다.

국가의 우정이라는 이 금속 조각품은 1986년 동독이었던 드레스덴 Prager 거리에 세워졌다고 한다. 햇빛이 있거나 밤이면 빛이 반사되어 예쁠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흐리다.

비가 오락가락해도 분수는 쉬지 않는다. 분수, 작은 조각상, 작은 정원, 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져 그 도시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숙소에서 본 밤과 낮의 시티뷰. 밤은 어둠이 주는 뭔가 분명히 있다. 야경 바라보며 피곤한 여행자의 하루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