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39일차 베를린/east side gallery,체크포인트 찰리, 테러의 지형학, 독일돔

흐르는물처럼~ 2024. 5. 13. 21:48

여행 막바지에 심한 알러지가 일어나서 오늘 아침까지 코 막혀 숨쉬기 힘들다. 아침 창을 통해 본 하늘에는 구름이 승리의 V자를 그려준다. 파이팅!

호텔 나서는데 이제야 보인다 곰돌이. 두 손 번쩍 들고 포효하는 모습인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간다.

도착해서 보니 인도 안쪽에 넓은 광장이 있고 광장쪽 벽전체에 그라피티가 있다. 근데 낙서도 많고 지저분해서 작품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이상했다. 하지만 멋진 벽화도 많이 있다. 어쨌거나 그렇게 인도 안쪽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도로 쪽으로 나갔더니 거기가 진짜였다.

1990년 슈프레 강변도로에 세계 각국의 미술 작가들이 그린 그림벽이다. 1.3k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야외 공개 갤러리로 기록, 행복, 사랑, 희망, 모든 사람들의 자유로운 미래를 표현한 것이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며 작품감상을 했다.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되어 작가들이 다시 페인팅했기 때문에 1989년 이전의 색은 아니라고 쓰여있다.

안내판 옆 우리나라 작가 이름도 보인다. 국뽕 차 오르는 기분이다.

형제의 키스.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화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중간 부서진 부분에 만든 철문이 벽화와 어우러져 전체가 너무 아름답다. 작가의 상상력에서 최고의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리라.

alles offen(anything open)

동독의 브란덴부르크 문 개방을 상징하는 그림 비둘기.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사이클을 나타낸 그림인데 끝부분에 서서 유심히 바라보는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진 찍는 동안 한참 서 계셨다.

1.3km 길 따라 걸으며 그림 감상하는 일은 처음이라 미술관에서 볼 때보다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의미가 담겨 있고, 마음이 불편한 그림도 봐야 하지만 보는 사람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어 편하게 감상한다.

테러의 지형학이란 곳으로 가던 중 저 멀리 아름다운 다리가 보인다. 오버바움다리. 1723년에 건설한 슈프레 강을 건너는 다리로, 처음에는 목조 다리였으나 후에 안전한 석조 다리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2층에는 전철이 1층은 자동차들이 통행을 할 수 있는 구조이고 양쪽 측면은 보행자다리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고 한다. 가고 싶지만 다리 위에서는 다리를 볼 수 없으니 사진 한 장으로 만족한다. 역광이라 실루엣만 나와 아쉬움 남는다.

포토그라피 데스 테러. 공포의 지형학.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나치 유적 중 하나다. 과거 나치 정권의 히틀러 직속부대 친위대, 비밀경찰 게슈타포, 중앙안보국 세 기관이 사용하던 건물이 있던 자리였지만 폭파되었다. 현재 전시관 건물이 있다.

많은 전쟁 희생자와 유대인 추모비가 있는 나라,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나라, 죄인은 끝까지 추적해서 90세 넘어 노인이 되어도 처벌하는 나라 독일.
놀라운 것은 독일인 가이드 여행에 이 장소가 포함되어 있고 열심히 설명하고 열심히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학생들도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의무적으로 배운다고 한다. 잘못한 역사도 올바르게 배우고 알아야 반복되지 않는다.
일본과 완전히 반대이다.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억지 부리는 일본은 독일 보고 배워라. 그런데도 유럽에서는 일본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있다. 김밥집은 없어도 초밥집은 있고, 현대차 보다 도요타가 많아 속상하다. 국력을 키워 놓으니 다시 후진국, 어째야 될거나!

1970년대 공터였던 이곳을 발견한 후 베를린시는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지하 벽면 약 200m를 보존해서 나치정권의 역사와 그들의 만행을 전시하고 있다.

엔틱 자동차 렌트해 주는 회사. 관광객이 주 고객인 것 같은데 우리는 국제 면허증이 없네. 귀여운 신호등 캐릭터는 이름이 Ampelmann이다. 실제 신호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베를리너라 할 만큼 사랑받는 캐릭터로 2007년 에베를린 G8 정상회담 마스코트로 사용되기도 했다.

체크포인터 찰리. 냉전 당시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사람들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1961년에 세워진 서베를린 쪽 검문소였다. 그 후 통독이 되면서 철거되었지만 체크포인트 찰리가 갖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결국 복원하였다. 모든 문화재가 그렇듯 복원된다 해도 원래의 모습과 같을 수는 없지만 독일 분단의 상징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일 통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헛소리는 무식의 발로이다.
통일이 되면 판문점도 한국의 체크포인트 찰리가 될까?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

체크포인트 찰리 검문소 건너편 냉전시대 자료와 독일 통일의 사진자료와 장벽도 있다. 체크포인트 찰리의 본래 모습, 1989년 통독 후 벽을 허물고 있는 사진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1989년 독일 통일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부러웠었다.

여기는 옛 동독지역. 이제 독일돔으로 간다.

독일 돔
가운데 콘서트홀, 오른쪽 프랑스 돔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젠다르멘 광장 양쪽에 쌍둥이 같은 독일돔과 프랑스돔이 있고, 중간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건물이 있다. 콘서트 홀은 외부 공사 중이라 젠다르멘 광장도 펜스로 막아서 모두 볼 수 없어 아쉽다. 동베를린시절 창단 후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나 2006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독일돔은 개신교회였으나 지금 독일 의회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프랑스 개신교도인 위그노를 위해 지은 프랑스 돔. 둘 다 외관만 봐도 멋진 건물이다. 프랑스돔 뒤편 작은 공원에는 단풍나무가 많다.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결 몸을 맡기며 단풍 드는 가을이면 참 예쁘겠다 생각했다.

봉황의 오늘여행은 작은 다툼으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생각이 정상이지만 해외이다 보니 긴장한 탓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 구름이 V자 선물도 줬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