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41일차 에필로그/드디어 집으로, 에피소드

흐르는물처럼~ 2024. 5. 14. 15:29

40일간 긴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집으로 간다. 긴 여행에 장사 없다고 에너지는 거의 바닥상태다. 11시 45분 비행기라 일찍 나서 7시 50분 공항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기차표는 어제 미리 구입해 두었다. 커피 한 잔 하고 기차 탔는데 차표 펀칭하지 않았다. 펀칭하지 않으면 검표했을 때 무임승차가 되어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다. 봉님  급하게 펀칭하고 한숨 돌린다.

공학도착 8시 반. 일단 텍스리펀부터 하려고 안내소에 물었더니 유로존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할 수 있다고 한다. 거기는 경유지라 짐을 부치고 나면 인천공항에서 내 캐리어를 만날 수 있다. 리펀 받을 물건이 캐리어와 배낭에 나누어져 있어 할 수 없이 캐리어에 있는 물건은 포기하고 짐을 부친다. 면세점도 둘러보지만 살 물건이 별로 없다. 명품샵은 거의 없어 좀 의아스럽다. 사지는 않을 거지만 안 보이니 좀 섭섭하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텍스리펀 현금으로 받고 보니 로또 된 기분이다. 그리 어렵지 않다.
물건살 때 받은 서류를 오피스에 제출하면 물건 보여달라고 한다. 꼼꼼하게 개수까지 체크하여 스탬프를 찍어 준다. 공항 내 은행에 제출하면 현금으로 받을 건지 카드로 받을 건지 묻고 내가 선택하면 된다. 수수료를 떼가지만 나는 현금 선택! 야튼 그 돈 다 쓰고 탑승!

중국 신장 위그루지역

이런저런 과정 거쳐 탑승해서 그동안 밀린 블로그 작성하면서 시간 보내려고 기내 와이파이를 구입했다. 조금 비싸지만 나름 쓸만하다. 다만 사진 업로드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서 사진은 어제 다운로드하여 둔 상태라 작성만 하면 된다. 자본주의 돈의 위력을 팍팍 느낀다. 거의 12시간을 지겹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가족과 카톡도 하고 국내 뉴스도 보고 참 좋은 세상이다. 돈만 있으면.
잠시 눈을 돌려 창밖을 봤더니  황홀경! 하늘에 별이 한가득이다. 빈틈없이 채워진 보석 같다. 처음 보는 장관이라 눈을 뗄 수 없다. 땅에서는 잘 볼 수도 없지만 보여도 아주 작은데 엄청 빤짝거리는 큰 별들이 이름 모르지만 언뜻 봐도 유명한 별자리 같다. 몇 번을 보고  또 본다. 이런 득템. 기대가 없으면 기쁨은 배가 되는 법.

저 높은 곳의 일출

여행에 3개월 이상의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나라와 도시 선정하고, 숙소예약 그리고 기차여행이라 차표예매 미리 해야 했고, 하루 투어 할 곳 예약하고, 미술관 박물관 콘서트 오페라 등 각종 티켓도 예매했다. 특히 보르게세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등 유명 장소는 예약도 쉽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준비과정도 여행에 포함된다. 예약이 필요 없는 곳도 막상 가면 공사 중이거나 임시 휴업, 또는 휴관인 경우도 있었다. 여기서 거기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니까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여행 기념품으로 자석이 딱 좋다. 값싸고 부피 적어  하나둘씩 모았더니 현관문 가득이다. 요즘 냉장고는 자석이 안 붙어 현관문에 부치고 있다. 이번에도 방문하는 도시가 많다 보니 구입한 자석도 많다. 하나씩 포장을 뜯으며 갔던 장소를 회상해 보며 여행의 여운을 즐긴다.

#에피소드 1
첫날 로마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 앱에서 표구매했는데 내릴 때쯤 검표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앱으로 차표 끊고 체크인을 안 했다면서 벌금이 각 50유로라 한다. 아뿔싸! 몰랐다가 통하지 않는다. 결국 50유로 벌금으로 로마 입성 신고식을 했다.
앱으로 차표 구매하면 앱에서 반드시 체크인해야 차표로 인정한다.

#에피소드 2
로마에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로 갔다. 때마침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틈이 없다. 마치 서울 지하철같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내 앞의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고 나를 빤히 쳐다보기에 고개 돌려 봉님을 봤더니 슬링백 지퍼를 닫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왜 열었을까 궁금했다. 어떤 아가씨가 자기 옷을 봉 님 슬링백 위에 올린 후 갑자기 가방 당기는 느낌이 나서 보니 조금 열려있더란다. 당겨서 재빨리 닫고 모르는 척했다고 한다. 슬링백을 앞에 메고 있었다. 다행히 지갑은 다이소 스프링줄을 이용해서 가방과 연결하여 털리지는 않았다.
링백은 양쪽지퍼 두 개를 옷핀으로 연결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붐비는 지하철 안은 취약지역이다.

#에피소드 3

기차로 꼬모에 가기 위해 밀라노 센트라레역으로 간다. 비소식에 서둘러 역으로 갔는데 갑자기 3시 43분 우리가 탈  기차가 캔슬되었다고 뜬다. 순간 멘붕 온다. 인포에 가서 문의하니 한 시간 후 기차를 타라고 한다. 4시쯤 다시 4시 43분 기차도 캔슬이라고 뜬다. 뭔 이런 일이 다 있는지. 순간 그날 밤을 어디서 지내야 할지, 역에서 하룻밤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스친다. 하지만 봉님 빠른 판단력으로 앞의 기차표 포기하고 4시 10분 취리히행 차표를 끊어 급하게 기차에 오르니 거의 만석이다. 캐리어 하나는 선반 위에 올리고 나머지는 좌석 사이에 끼워 놓고 나서 한숨 돌린다. 힘들고 황당했지만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에피소드 4
방에 들어갔더니 청소가 되어 있지 않다. 그때가 오후 3시 반. 3시 체크인 시간은 넘었으나 조금 이른 시각이긴 하다. 오늘따라 동전이 없어 팁으로 5유로를 두고 나왔는데 돈만 가져가고 청소는 안 했다? 뭔 이런 🐕같은 경우가. 아직 청소 전이라 나의 객실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호텔규모가 크니까 청소가 늦을 수 있겠다 싶지만 들어와서 팁만 가지고 나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리셉션에 컴플레인 걸었더니 알겠으니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다시 봉님이 내려가서 방 바꿔달라고 요구하니까 그때서야 15분만 기다리면 청소하겠다고 15분만 기다려 달라는 성의 없는 답이 돌아왔다.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겨우 룸으로 돌아와 내일 3시간 기차여행이라 먹을 달걀을 삶으려고 전기포트를 꽂았는데 이번엔 전기가 나가네. 아으~~~. 또 연락해서 직원이 와서 차단기 올려 전기 들어오고 나는 샤워실로. 차단기가 룸 안에 있는 것도 놀랍다. 그 사이 봉님 다시 전기포트 꽂았는데 또 전기가 나간다. 나는 샤워 중인데. 이런 황당한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다시 직원 부르니 전기포트 쓰지 말란다. 헉! 샤워는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와 전기포트를 살펴보니 물이 샌다. 아이고 맙소사! 가져간 포트로 달걀을 삶기는 했다. 여기서 달걀 삶는 팁 하나!  오래 삶지 않고 한 번 끓은 후 그대로 두면 반숙이 된다.
언젠가 누군가 또 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해야 하지만 결국 물 샌다는 얘기 안 하면서 소심한 복수를 했다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봉님은 구글에 후기를 남겼다고 했다. intercity 호텔이라 다음 여행에서 절대 예약하지 않는다고 다짐했는데 베를린 갔더니 intercity호텔이다. 이런!

여행 시작할 때 기침으로 일주일정도 고생, 그다음 바뀐 환경 탓인지 목과 발목이 가려워 약국에서 연고 한통사서 다 바르고 한통 더 샀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귀국할 때까지 조금씩 가렵더니 집에 오니 괞찮다. 집순이로 살아란 말인지. 긴 여행이 힘들긴 하지만 남의 삶, 문화, 환경을 엿보고 체험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내 삶의 방향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 좀 더 일찍 다녔더라면 하는 후회도 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생각한다. 내 생애 지금이 가장 젊으니까. 비록 시차 적응시간이 길어지긴 하지만.
다음은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