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26일차 비엔나 /중앙묘지, 보티프 성당

흐르는물처럼~ 2024. 5. 1. 22:47

더없이 맑은 하늘아래 눈 덮인 알프스를 두고 아침기차로 비엔나로 간다. 9시 기차라 컵라면으로 간단히 때우고, 삶은 계란과 과일은 기차 안에서 먹을 간식이다. 기차여행은 삶은 계란과 함께.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비엔나역에 도착. 어느 역이든 목적지로 가기 위한 출구에 대한 안내가 없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출구로 나가면 돌아 돌아 호텔에 도착하기 일쑤이다. 우리나라처럼 어느 방향 출구번호를 표시하면 좋으련만 역이 나무 커서 안되려나?

중앙묘지로 가기 위해 트램 타러 가는 길에 오래된 카페 앞을 지난다. 유서 깊은 카페 같은데 1899년 시작하여 클림트와 에곤 쉴레가 자주 찾던 곳이라 한다.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은 통과.

빈 중앙묘지 입구. 저런 입구탑이 반대편에 하나 더 있다. 입구가 그 크기를 짐작하게 하지만 감이 오지 않는다.

여기가 공원인지 묘지인지. 어마무시하게 넓은 묘지라 다 돌아보기는 불가능하여 입구 근처만 가기로 한다. 73만 평이란다. 마차가 정답인 듯한데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음악천재들이 모여 있는 묘 들어가는 입구에 인상적인 묘가 있다. 누구인가 잃고 보내기 아쉬워 묘비를 안고 있는 조각 여인의 비통한 표정이 너무 생생하다. 사람이 안고 있는 것보다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슬프게 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묘지
루드비히 베토벤 묘지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슈베르트, 주페, 요한스트라우스, 브람스 묘비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음악가는 누구일까? 묘비 앞에 놓여 있는 꽃다발 개수로 보자면 단연코 베토벤이다. 클래식 애호가로 누구의 음악을 선호하건 그건 개인 취향이니 인기와는 상관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과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모차르트 묘역에 모차르트는 묻히지 않았다는 것.
모차르트는 생전에 상당한 수익을 거뒀지만 장티푸스로 사망한 후  성 마르크스 묘지 시립묘지에  이름도 없이 묻힌 후 가묘를 만들고 기념비를 세웠다. 1888년 가묘를 여기로 이장했다고 한다. 30여 년 살면서 626곡을 남긴 비운의 천재음악가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공원 산책하듯 둘러보면서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 과식하고 다시 시내로 들어간다. 저렇게 넓은 묘지가 있다면 우리나라도 납골당 필요 없을 텐데. 뭐 형편대로 사는 것이니까 쪼매만 부러워하기로 한다.

슈테판대성당 가는 길에 카페 자흐가 있다. 커피 맛있는 집으로 소문나 대기줄이 엄청 길다. 맛집, 안 맛집 커피 다 마셔

지나가는 길에 성당본능 발동해서 들어간 곳은 성 베드로 가톨릭 교회. 중세초기에 지어진 성당으로 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베드로 이름을 가진 성당이 참 많네. 겉은 소박해 보이지만 내부는 화려한 바로크 양식이다.

보티프 성당을 가기 위해 암호프 광장을 지나는데 큰 첨탑이 보인다. 성모 마리아 기둥이라 하는데 빈에서 아름다운  기둥 중 하나란다. 광장 주변엔 가판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는 있지만 살 만한 것은 별로 없다.

광장을 빠져나오는데 바구니를 팔고 있다. 수제인 것 같은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1879년에 완공된 보티프 교회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네오고딕 양식의 건축물 중 하나이다. 1853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암살시도가 벌어진 후 황제의 동생인 대공 막시밀리아노 1세가 황제의 안위를 신께 감사하기 위하여지었다는 설명이다.
성당 앞 넓은 잔디밭에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햇빛과 바람을 즐기고 있다. 뙤약볕이지만 나도 앉아 잠시 망중한 즐기고 싶다. 여행 와서 뭐가 그리 바쁠 것인가 쉬어 가도 좋을 텐데.

네오고딕 양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영국에서 시작된 양식이라고 해서 그런지 스테인드 글라스가 많다. 영국 성당은 웬만하면 스테인드글라스가 다 있었지만 이탈리아, 스위스 성당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특히 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빛의 색은 환상적이다.

기중기 같기도 하고 사다리 같은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숙소 가는 길 앞에 가는 가족이 행복해 보인다. 아빠 무등 타고 엄마 손잡고 가는 모습이 뒤에서 봐도 아름답다.

희한한 물건 발견. 창문 너머로 둣꾹치까지 들어가며 요리조리 살펴보니 위쪽에 CD 여러 장 꽂을 수 있게 도어 있어 CD플레이어로 단정 지어버렸다. 왜? LP가게이니까. LP가게 진열할 만한 골통품이라는 생각이다.

브루넨시장. 양 옆으로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늘어선 가게를 따라가면 없는 게 없다. 큰 재래시장이라 현지인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갖가지 식재료, 의류와 기념품가게가 즐비하다. 언뜻 봐서 품질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어디나 시장구경은 재미있다. 가끔 사고 싶은 것도 있지만
여행자이다 보니 짐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꾹 참는다.

노르데세라고 읽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해산물 파는 가게인데 은근히 비싸다. 적당히 먹거리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거리의 악사를 만났다. 사진 찍는 줄 알고 한 번 씽긋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