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28일차 비엔나/슈테판성당, 호프부르크왕궁, 오페라 카르멘

흐르는물처럼~ 2024. 5. 3. 03:28

쉬엄쉬엄 여행하자는 말을 씹어 먹은 지 오래되었다. 매일 바쁜 일정 소화해야 하는 연예인 보다 바쁜 스케줄에 잠시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성당 갔다 왕궁 갔다 오페라 관람까지. 어찌 되던 또 달려보자.

지하철로 가는 지하도 거울벽에 쓰여있는 글자와 시시각각 변하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궁금한 가운데 거울 앞에서 잠시 셀프쇼를 즐긴다. 아무도 없으니까! 누가 있다한들 못 할 것도 없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하는 방법이다. 괜히 발걸음 가볍다.

성당 앞 아침부터 관광객이 모여든다. 타워 오르기 전 성당 한 바퀴 돌아보며 구조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다. 마치 리포트라도 써야 할 것 같이. 피에타 부조도 보고 뭔지 모르겠지만 의미심장해 보이는 동상도 본다. 천천히 걸어 다니면 걸음수만큼 보인다. 그래서 뚜벅이 여행이 좋다

걸어 올라가는 코스와 엘리베이터 타는 코스 두 가지 중 선택 가능한데 당연히 엘베. 타워에서는 지붕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세 가지 색을 사용해 구운 도자기 지붕은 화려하지 않지만 햇빛을 받으면 금빛으로 반짝인다. 색조합이 지붕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이른 시간 올라오는 사람 거의 없어 시원한 바람과 시내 전경을 만끽한다. 여기 올라오는 대부분 관광객은 노인이다.

성당 앞 광장에 중고 잡지 가판을 열고 있다. 누가 살까 싶은데 사가는 사람이  있다.

159유로 비엔나 3일권 본전 생각 안 나려면 눈에 보이는 데로 가야 한다. 약간의 의무감. 그래서 theatermuseum으로 일단 들어가고 본다.
유럽 여행하면서 부러운 것이 깨끗한 공기, 넓은 들판, 언제나 갈 수 있는 넓은 공원 그리고 육중한 나무문이다. 대부분 합판에 시트지 붙인 문 아니면 유리문만 보다 이런 류의 나무문은 보기만 해도 탐난다.

영화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옛것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마인드는 본받을 만하다. 매일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쫓아가기 바쁜 우리에게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에 관한 영화가 있듯 오스트리아는 시씨를 영화로 만들었다. 남의 나라 영화역사에 큰 관심은 없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혹 개인적으로 보존해야 할 소중한 것들에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와따~ 전직 선생냄새 솔솔 난다.
이제 세상 가장 아름답다는 빈국립 도서관으로 go!!

메인 홀 '프룽크잘'

18세기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6세의 명으로 만들어진 법원 도서관의 일부로 왕궁 안에 있다. 거대한 대리석 기둥과 수많은 장서에 나는 점점 작아진다.
궁전에 온겨? 도서관에 온겨? 프레스코화 돔과 금빛 장식은 번쩍이지 않아 천박하지 않다. 아름답지만 무게감을 가진 도서관이다. 20만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단다.

책장에 빽빽이 꽂혀있는 고서와 사다리. 있는 그대로 작품이다.

황제의 조각상

1800년대 만든 지구본에는 각 나라가 비교적 자세히 그려져 있다. 지금과는 좀 다른 모앙이지만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보인다. 인쇄한 것 같은 손글씨 성경, 탐구 본능 발동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같은 글자라도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손글씨 인정. 이 정도 도서관이면 잘 지켜야지!
호프부르크 왕궁 황실 보물관으로 이동.

왕궁세례에 사용된 물병1571

로마 왕의 요람.
약 280킬로그램의 은으로 만들어졌으며 아들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요람 가운데에 있다. 장자에게 세속 된다고 한다.

2680캐럿 에메럴드 1641년

보물관이라 보물이 많다. 진품인지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모조품이라도 똑같이 만들었을 테니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빈미술사박물관과 빈자연사 박물관이 있는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있는 테레지아 동상.
합스부르크 군주국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군주였던 테레마리아 테레지아.통치기간 전국에 초등의무교육을 실시, 일반 징병제를 채택, 귀족과 성직자들에게도 세금을 징수했으며 빈 의대를 설립하였다. 실업학교를 설치했으며,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인 시범학교를 도입했다. 모든 여성이 정숙해야 한다며 여성의 술집 취직을 금지시켰고, 여성은 밤길을 다닐 수 없도록 하는 통금령을 내리고 어길 경우 매질을 가하고 머리카락을 모두 삭발하게 했다고 한다. 여성에 관한것은 다소 과한 면이 있지만 과연 여제라 할만하다. 그 당시 상당히 파격적인 통치를 했다고 생각한다.

호프부르크 왕궁

파피루스 전시관이 눈길을 끈다. 입장!

파피루스 책

파피루스 박물관이 있다. 파피루스를 만드는 과정과 많은 전시물이 있다. 파피루스에 적을 수 있는 필기구는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에 궁금증을 풀어줄 자료가 있다. 숯기루를 물에 개어서 사용했고 황토가루나 돌가루를 사용해서 색을 낸다고 설명되어 있다. 문서를 가장 오래 보존하는 방법으로 이것이 최고이겠다. 요즘 영수증 2년 안에 잉크 휘발한다니 주요한 증거나 편지는 파피루스에 숯으로!

파피루스 세계지도.

깃털머리장식 1596년에 처음 알려진 후 19세기 초 빈으로 가져와서 1878년 복원했으며, 멕시코에서 1515년쯤 만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케찰의 깃털, 코팅가, 장미 스푼빌, 다람쥐 뻐꾸기, 물총새; 나무, 섬유, 종이, 면, 가죽, 금, 황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 위험하지만 귀족 청년들이 했다는 스포츠. 말 타고 하는 펜싱?

spinettino 16th
spinet& regal 1587

두 개의 피아노가 합쳐진 형태인데 왼쪽은 왼손으로, 오른쪽은 오른손으로 치는 신기한 피아노. 별별 피아노가 다 있네.

glass harmonica 19th
pianoforte1796
악보대 조각이 예술인 피아노
PEDAL FORTEPIANO1815

이번 여행에서 내가 본 피아노만 족히 100대는 될 것 같다. 같은 듯 다 다른 피아노 비교하며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정교한 트럼펫은 막시밀리안 1세 황제의 승리를 알리는 행진에서 연주되었던 것이라는데 참 예술적이긴 하나 이렇게까지 만드는 이유가 궁금하다. 단지 제작자의 예술성의 발현? 아무튼 나는 궁금한 게 왜 이리 많은겨?

오스트리아 굴라쉬. 굴라쉬 원조는 헝가리라는데 빈의 굴라쉬도 입맛에 맞다. 우리나라 김치찌개 맛이 지방마다 식당마다 다 다르듯이 나라마다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레시피로 요리하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양이 많지만 에너지 축적을 위해 완밥하고 빈미술사 박물관으로 간다.

1561년에 만든 캐비닛이라는데 옛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장과 많이 닮았다. 동시대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 살던 비슷한 생각을 하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르나르도 벨로토의 Vienna Viewed from the Belvedere Palace, 1758

Giuseppe Arcimboldo의 1563년 작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작품명이 water, summer, winter, fire이다.

루벤스의 Helena Fourment („Het Pelsken") 1636
브루겔의 The Tower of Babel 1563
Peasant Wedding around 1568

플랑드르 농민의 실제 결혼식 장면이다. 신부는 녹색 태피스트리 앞에 앉아 있다.

Children's Games 1560

아이들 놀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정말 똑같아서 소름끼친다. 굴렁쇠 굴리기, 소타기, 말타기, 팽이치기 등등.

빈까지 왔으니 오페라 한편은 봐야 한다는 생각에 빈오페라 하우스 검색해 보니 여행기간 중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바로 예약해 두었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인 데다 좌석 앞에 영어 번역 스크린이 있다. 라 스카라와 비슷하지만 조금 작은 듯하다.
공연은 카르멘이 주인공이지만 노래는 돈 호세 역을 맡은 가수가 훨씬 잘 불러  좀 아쉽다. 저돌적이면서 당당한 그러면서 약간은 섹시한 캐릭터를 잘 못 살린 것 같아 좀 답답함을 느낀다. 보면서 카르멘은 연기 엘리나가란차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평가를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오페라 하우스 맞은편 알베르티나 미술관 2층 옥상에서 바라보는 오페라 하우스 야경은 너무 아름답다.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워 밤늦은 시각인데도 한참 멍하니 바라본다. 여기가 영화 비포선라이즈 촬영지 라네.

에곤 쉴레 작품창고인 알베르티나 미술관 내일 갈 예정.

알베르티나 미술과 앞 핫도그 가게엔 밤늦도록 대기줄이 줄지 않는다. 그 맛이 궁금해서 하나 먹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올라오지만 밤 10시 넘긴 시각 기다릴 자신이 없다. 핫도그 썩 좋아하지 않는다며 애써 스스로 다독이며 과감하게 발길을 숙소로 돌린다.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