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음악

오페라 ‘일 트리티코’

흐르는물처럼~ 2024. 7. 23. 14:28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공연이 있다.

오페라 콘체르탄테는 콘서트 형식의 오페라로 무대장치나 의상 없이 콘서트형식으로 오페라 전곡을 연주한다. 주요 아리아들만을 뽑아 연주하는 오페라 갈라와 다르다.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로 올리기 때문에 음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형식의 오페라는 처음이라 기대된다.

교회에서 제단에 올리는 삼면화를 이탈리아어로 표기한 단어 ‘일 트리티코’는 1918년 완성한 작품으로 내용이 전혀 이어지지 않는 사실주의 베리즈모 오페라인 ‘외투(Il Tabarro)’와 전형적인 푸치니의 오페라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 그리고 푸치니의 유일한 희극오페라인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로 구성되어 있다.
푸치니가 시인 단테의 시편 ‘신곡’ 중 ‘지옥’ 편, ‘연옥’ 편, ‘천국’ 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하며  생애 완성한 마지막 오페라 작품이기도 하다. 유작은 투란도트이나 미완성이다.

<외투>는 1910년대 9월의 프랑스 파리의 센강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에서 일어나는 부부의 애욕과 질투가 가져온 비극이다. 선원 노동자들의 희망 없는 삶과 그들의 애환, 미레켈 부부의  아이의 죽음, 부인의 외도, 부인의 정부를 살해하는 남편의 이야기이다. 때로는 따뜻함을 주고, 때로는 부정한 것을 감싸기도 하는 외투를 죽은 자의 은폐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부인에 대한 애증을 나타낸 것인가 싶다. 또한 미켈레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려 했을까? 단테 신곡의 지옥편에 해당한다.

<수녀 안젤리카>는 1600년대 말의 한 수녀원이 배경. 귀족 출신으로 사생아를 낳아 아이를 한 번도 않아보지 도 못하고 가족에 의해서 생이별을 하며 강제로 수녀원에 보내진 수녀 안젤리카.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으로 7년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이모의 방문으로 2년 전에 아기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스스로 독초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 신에게 용서를 빌며 죽어가는 그녀 앞에 아이를 안은 성모가 나타난다. 연옥 편에 해당한다. 수녀들의 고운 합창이 인상적이었다.

<잔니 스키키>는 피렌체의 부호인 부오조 도나티의 침실에서 일어나는 희극. 그의 죽음을 맞은 친척들이 재산의 일부라도 상속받기 위해 찾아낸 유언장에는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부한다고 쓰여있다. 낙담한 가운데 부오조 사촌의 조카가 이 일을 명석한 잔니스키키에 맡기자고 제안하고, 잔니 스키키는 자신이 도나티인 척 유언장을 부르며 재산을 분배하지만 모두가 받고 싶어하는 대저택을 잔니 스키키에게 물려준다며 친척 들과 가족들을 내쫓아 버린다. 잔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귀에 익숙한 노래라 반가워 속으로 흥얼거린다.
신곡 지옥편에 실린 짧은 이야기를 대폭 각색한 것인데, 신곡에서 잔니 스키키는 유언장 위조의 죄로 지옥에 떨어진다.

전혀 연결되지 않는 세 편의 오페라. 러닝타임 각 50여분. 내용이 단순하여 조금 지루했지만 단편 소설 세 편 읽은 느낌이었다. 모두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그 죽음은 삶과 연결되어 있다. 탄생에서 죽음 사이의 시간 속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욕망과 갈등, 사랑과 고통 등 생로병사의 과정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