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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안드레아 세니에’

흐르는물처럼~ 2024. 5. 26. 21:38

대구 오페라 하우스 시즌 3번째 작품 안드레아 세니에 공연이 있다. 아직은 오페라 초보라 처음 접하는 작품이고 게다가 여 주인공이 임세경이라 기대가 된다. 총 4막짜리 베리스모 오페라이다.

작곡 움베르토 조르다노
대본 루이지일리카
배경 프랑스혁명시절, 파리와 그 근교
초연 1896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주인공 셰니에는 18세기말 프랑스혁명 때 실존했던 인물로 시인이다. 프랑스혁명이 시작되고 처음에는 혁명정부를 열광적으로 지지했지만, 점차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시작되면서 그에 반대해 신문 등에서 신랄한 비평 한다. 결국 혁명정부로부터 반혁명주의자로 낙인이 찍혀 생라자르 감옥에 수감된 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1789년 쿠와니백작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가문의 시종 제라르는 백작의 딸인 맏달레나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시인 셰니에 역시 그녀를 처음보고 사랑을 느끼고 맏달레나도 호감을 가진 듯 하다. 혁명의 시작을 알리 듯 민중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그 후 쿠와니 가문은 멸망하고 맏달레나 어머니도 그녀 앞에서 죽임을 당한다. 대대로 하인 신분이던 제라르는 혁명을 기회로 로베스피에르의 수하가 되어 권력 갖게 되고 맏달레나의 시녀였던 베르시는 창녀가 된다. 셰니에와 제라르 두 남자는 여전히 맏달레나를 찾으려 애쓴다. 제라르는 밀정을 보내 그녀를 찾으려 하고 마침내 재회한다. 제라르는 맏달레나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거부하자 셰니에에 대한 증오를 노래하고, 맏달레나는 제라르에게 자신을 가지고 세니에를 살려달라고 하자 셰니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셰니에의 이름이 적힌 사형수 명단은 통과되어 셰니에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가난과 억압에서 해방시켜려 했던 혁명이 혁명 정부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단두대로 보내는 시민독재로 변질되어 버린다. 우여곡절 끝에 베르시의 도움으로 세니에를 만난 맏달레나는 그와 함께 죽기 위해 사형수 명단에 올라있는 한 여인과 이름을 바꾸어 스스로 사형수가 되는 운명을 택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숭고한 죽음 앞에 완성되며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여러 편의 오페라를 봤지만 세 번씩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은 처음이다. 맏달레나 역의 임세경 교수의 세니에역의 윤병길 교수 두 사람의 성량과 기량은 대단하다. 역시 임세경!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지 않고 폭발적으로 뻗어 나오는 노랫소리에 박수가 절로 나오고 연신 브라보 브라비를 외친다. 특히 맏달레나의 아리아 La mamma morta(돌아 가신 어머니)를 부를 때 노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맏달레나와 셰니에의 사랑의 2중창 Eravate possente(내가 위험에 처해 있을 동안), 마지막 부분에 부른 La nostra morte(우리의 죽음은 사랑의 승리)는 숨이 멎는 듯하다. 그야말로 무대를 찢었다. 막이 내리고 노랫소리의 여운인지 한동안 머리가 빈 듯하다.

아직 오페라의 문외한이나 다름없지만 이번 작품은 유럽 오페라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특히 대구 오페라 볼 때마다 무대 장치에 감탄한다. 유럽 여행에서 세 편의 오페라를 봤지만 무대장치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궁금증을 안고 관람한 오페라. 최고의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