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음악

모짜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흐르는물처럼~ 2023. 4. 24. 08:05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한 후의 이야기. 이발사였던 피가로가 백작의 결혼을 성사시킨 공으로 백작의 하인 되고, 작품명에서 피가로 이름이 나올 만큼 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로지나와의 사랑이 시들해져 버린 백작이 피가로의 약흔녀 수잔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피가로의 주인으로서 피가로의 예비신부이자 백작부인의 하녀인 수잔나에게 초야권을 집요하게 행사하려고 한다. 그는 계속 핑계를 대며 두 하인의 결혼식을 지연시킨다. 피가로, 수잔나, 백작부인은 백작의 음모를 폭로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백작을 속여 궁지로 몬다. 마침내 피가로와 수잔나는 결혼할 수 있게 되고 백작부인은 남편인 알마비바를 용서한다.
남편의 바람기를 알면서도 그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 하는 여자의 마음을 노래로 절절하게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짠하기까지 하다.
https://youtu.be/kFYM19oQxck

음모를 밝히는 과정에서 바르틀로가 피가로의 친아버지이고, 피가로를 흠모하던 여인 마르첼리나가 사실은 그의 친어머니 었음이 밝혀지면서 피가로는 부모를 찾게 된다. 막장드라마의 조건인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여 뜬금없긴 하나 심각하기보다 익살스럽다.

<세비야의 이발사>와 함께 보마르세는 당시 왕족들과 귀족들의 사치와 문란, 낭비가 극에 달 했던 시대적 상황을 나타내고자 했던 것 같다. 코믹한 풍자는 신분 타파까지 얘기하고, <피가로의 결혼>이 프랑스혁명(1789)에 불씨를 댕긴 작품이 되었다고도 한다. 귀족과 사회를 비판이 강해 상연이 금지되었던 원작은 다 폰테의 개작과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손을 거치며 오페라로 탄생하게  되었고, 빈 초연 당시 국왕이 앙코르 횟수를 법으로 제한했을 정도로 대중들의 큰 사람을 받았다. 1786년 5월 1일,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프로그랭북에 공개한 무대장치

바로크시기에는 신화나 고대 사회를 배경으로 했고, 궁정 귀족이 주인공으로 진지하고 심각한 교훈극이 대부분이라 이것을 ‘오페라 세리아 (seria)’라고 불렀다. 그 작품에 민중의 삶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오페라가 고전주의 시기를 거쳐 한 사람의 등장인물이 무대에 홀로 서서 노래 부르고 들어가는 고전 오페라와는 다른 ‘오페라 부파(bufa)’라고 부르는 희극 오페라로 서서히 그 형식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진지한 이야기 중간에 던져주는  웃음에 매력을 느끼고, 무엇보다 오페라 부파는 서민이 주인공이었다. 작품 속의 그들은 기뻐하고 슬퍼하고, 깔보고 화내고, 놀리고 놀림당하는 존재이다. 무대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피가로>의 3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죄지은 어머니>로 20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이다. 백작과 로지나는 아들 레옹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레옹의 아버지가 하인 케루비노임을 안 백작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다른 여인에게 얻은 딸 플로레스틴을 데려와 후견인 노릇을 한다. 백작의 비서 베기어스는 플로레스틴과 결혼해 막대 한 재산을 물려받을 계획을 세우지만 피가로와 수잔나의 활약으로 실패한다. 한편 서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헤어질 위기에 처한 레옹과 플로레스틴은 서로가 혈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외도만 죄가 되고 아버지의 외도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였고, 그래서 제목도 <죄지은 어머니>이다. 남성위주의 사회가 동서양 다르지 않은 듯하다.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프랑스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가 오페라로 제작한 바 있으나 앞선 두 작품에 비해 거의 상연되고 있지 않다.
보마르세의 3부작 <피가로> 통해 본 희곡은 거의 막장드라마 수준이다. 서로 얽히고 출생의 비밀까지 그러나 요즘 막장 드라마와 다르게 해피엔딩이다.

3막에서 수잔나와 백작부인의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는 그 선율이 정말 산들바람같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듀플레인이 죄수들에게 들려준 노래이기도 하다.
https://youtu.be/un7tf_iCGPA

연이어 관람한 두 개의 오페라는 가벼운 장편소설 한 편 읽은 듯 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