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29일차 비엔나/시씨박물관, 레오폴드미술관, 훈데르트바서하우스, 알베르티나 미술관

흐르는물처럼~ 2024. 5. 5. 03:29

내일이면 부다페스트로 넘어간다. 귀국이 한 열흘 남긴 시점에서 캐리어 들고 다니는 유목 생활이 익숙해진다. 먼저 시씨 궁전으로 간다.

한적한 도로에 긴 트램이 지나간다. 빈의 시내 대중교통수단은 지하철, 국철, 트램, 버스 그리고 택시가 있는데 경험상 트램이 가장 편하다. 트램을 이용하면 관광지는 거의 다 갈 수 있다. 국철 QBB는 차내  무료 와이파이가 빵빵하다.

시씨 박물관은 왕궁정원을 지나서 간다. 건물 창문에 옹기종기 매달린 화분이 예쁘다.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뒤 시씨 궁전이 보인다. 어제 오려고 했더니 입장권이 마감되어 오늘 9시 반으로 예약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남들도 똑같다.

시씨 초상화 중 이것이 마음에 든다. 풀어헤친 긴 머리카락도 아름답지만 옆모습 특히 오뚝한 콧날이 예술이다.

시씨 왕후의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는 방. 운동 기구도 있어 자신의 건강관리를 철저히 한 것 같다.

Empress Elisabeth's Large Salon

황후가 호프부르크에 거주했을 때, 황실 부부는 가끔 이 방에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고 한다. 음식 선택이 까다로웠고  과일만 먹거나 우유만 마시는 특정 날에 금식했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발레, 오페라에 참여하는 마리아테레지아의 아이들을 그린 그림들 중 하나로 미술사 박물관에서 대여한 것이고 다른 그림들은 보존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 보여 준다니 더 궁금하네.

에곤 쉴레 그림이 가장  많다는 레오폴드 박물관으로 가는 길 중간에 식수대가 있다. 여기서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일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대구 페놀 식수 사건이 있기 전 끼지 수돗물 그냥 먹었다.
봉님 한 번 마루타 되어 본다.

헬덴광장

Museumsquartier 뮤지엄스콰르티에 라고 여러 미술관이 모여있는 곳으로 레오폴드 미술관과 무목 현대 미술관이 있다.

무목미술관은 아쉽게 휴관이다.

레오폴드 미술관. 입구 찾기가 쉽지 않아 좀 헤맸는데 다른 관광객도 두리번거리며 헤매고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아들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레오폴드는 통치기간은 2년이었으나 존경받는 군주였다고 한다. 50년 동안 엘리자베스와 레오폴트 부부가 수집한 5천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레오폴트 박물관은 2001년 개관하였다.

에곤 실레를 소개하는 글의 배경이 사진. 자화상과 같은 모습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자화상이 사실화 아니어도 단박에 그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삶이 궁금해진다. 영화도 있다니 한 번 찾아서 봐야겠다.
에곤 실레의 풀네임은 에곤 레오 아돌프 루트비히 실레.

EGON SCHIELE Crescent of Houses II (Island Town)1915

외가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강이 초승달모양이라 잘츠카머구트의 S자형 강을 닮았다.

Mountain by the River 1910
Setting Sun 1913
Revelation 1911
Cardinal and Nun
Dead Mother I 1910

에곤 쉴레의 여러 작품 중 이 그림을 봤을 때 느낌은 특별했다. 가슴이 찡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 빈센트 반고흐의 해바라기를 봤을 때는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로 흥분상태이었다면 이 그림은 뭔가 마음이 아팠다. 작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그림 감상은 보는 사람의 느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에곤 쉴레 그림은  싸인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1913년 까지는 그냥 싸인이고 1914년 이후는 마치 낙관을 찍은 것처럼 사각형테두리를 했다. 위치도 그림에 따라 다르다. 에곤 쉴레는 비범한 화가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OSKAR KOKOSCHKA Flowers by the Window 1925

처음 접하는 화가의 그림인데 비비드 한 컬러가 걸음을 멈춘다. 그림 옆에 쓰여 있는 문구가 뇌를 확 깨운다. 옳으신 말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카페 뮤지엄의 의자 디자인은 특별하다. 방문했을 때는 저 의자는 없었는지 못 봤는지 모르겠다. 나무 의자가 160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너무 예쁜 샴페인 잔.

아마도 최초일 것 같은 수동 리클라이너 의자. 각도 조절할 수 있다. 편리하고 편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가?

GUSTAV KLIMT Death and Life, 1910/11, reworked 1912/13 and 1916/17
EGON SCHIELE Blind Mother 1914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 있는 벌거벗고 눈이 없는 어미의 인상은 불안해 보이고 독특한 자세는 불안정하다. 왜? 이 자세를 위해 실레는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웅크리고 있는 여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GUSTAV KLIMT Death and Life, 1910/11, reworked 1912/13 and 1916/17
GUSTAV KLIMT On Lake Attersee 1900

마치 모네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화가라도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것 같다.

빈분리파 회원들.

HANS CANON The Circle of Life 1885

제목대로 인간의 삶을 나타낸 그림이라 나의 삶을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사당
빈 시청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라는 친환경 주택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한다. 계획에 없었지만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가는 방법은 구글의 도움을 받아 트램 타고 간다. 친환경에 관심 많은 나는 30분 정도 걸리는 조금 먼 거리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가는 길에 국회의사당도 보고 시청도 본다.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자연 친화적인 공공 주택
으로 1985년에 완공된 아파트이다.

들어가기 전 하우스 1층 카페에서 점심 해결한다. 황의 픽은 파스타. 음식 기다리는 동안 테라스 두 연인의 모습이 아름다워 도촬 해버렸다. 여자 친구의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온다.

나선형과 곡선을 중요시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반영된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색색의 타일을 맞붙인 외벽, 울퉁불퉁한 바닥, 모양이 서로 다른 둥근기둥이 주변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어 자연 친화적인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약간 스페인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냄새가 조금 나는데 그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우스는 전시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작품에 사용된 나무는 비엔나에서 가져온 죽은 나무이고, 박물관에 남아 있는 동안 분해 과정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기 위해 그을렸으나, 전시회가 끝나면 나무는 숲으로 돌려놓는다는 설명이다.

아파트를 밝게 채색하고 발코니와 지붕까지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삭막한 아파트를 자연친화적으로 바꾸고 관리를 잘하고 있어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숙소 돌아가는 길에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들린다.

HENRI MATISSE 1869 - 1954 Parrot Tulips 1905
GUSTAV KLIMT Mermaids (Silver Fish)1899
EGON SCHIELE 1890 - 1918 Sunflowers 1917

해바라기는 화가라면 그림 주제로 매력이 있나 보다. 실레도 해바라기를 그렸다니 조금은 의아했다.

MARC CHAGALL Sleeping Woman with Flowers 1972
MARC CHAGALL Motherhood 1914

아이를 목욕시키는 어머니 모습이 친근하다. 어머니보다 아기를 너무 작게 그려 어머니를 강조한 것인가 싶다.

로이 폭스 리히텐슈타인은 미국의 팝 아티스트였다.
만화의 한 장면을 확대해서 캔버스에 옮긴 그림으로 유명하다. 앤디 워홀과 함께 양대 산맥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워홀에 비해 덜 알려진 작가였다. 그러나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이 삼성 X파일 사건과 연루되어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은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해진다.

엄청나게 많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전시를 볼 기회가 주어져 운이 따랐고 기분도 좋다. 관람기회를 얻기 힘든 전시이고 있다 해도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림 이외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감상하니 부자가 된 듯하다.

지하철에서 숙소로 가는 지하도 거울에 쓰여있는 숫자는 원주율 π 였다. 13개의 거울에 왜 원주율을? 궁금증 안고 호텔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