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27일차 비엔나/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 콘서트

흐르는물처럼~ 2024. 5. 2. 04:58

어제 오후부터 발목이 또 가렵기 시작하더니 간밤에 너무 가려워 잠을 설쳤다. 여행 와서 나타난 현상인데 유독 발목만 가렵다. 이유는 알 수없고 항히스타민 연고 사서 바르고 잤다. 로마에서 하나 사서 바른 후 괜찮아져 혹시나 해서 하나 더 사 두었다. 연고 한통다 바르기는 처음이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이 휑하다. 다들 어디 있지? 잘 못 온 것 아닌가 싶다. 봉님 믿고 계속 가다 보니 거울벽에 숫자만 쓰여 있다. 뭘까 엄청 궁금하다. 혹시 원주율? 왜? 여기?

쇤부른궁전 내부관람 예약해 두었으니 사무실 가서 입장 시간만 배정받으면 된다. 조금 늦게 가면 오후에 배정된다고 해서 일찍 서둘렀더니 9:01으로 낙찰. 가자마자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 초 동서랑 동유럽 발칸 5국 패키지로 왔을 때 궁전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다. 한 해에 두 번씩 오다니 이 무슨 운명인가!

그레이트 홀. 마치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하다. 여기만 제외하면 다른 방들은 그냥 궁전 정도이다. 여름 별궁이라 그런가?

마리아 테레지아

내부 관람은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다소 실망스러웠다. 비엔나 패스가 있으니 마차 박물관으로 간다.

의전용 마차
왕실 부부용 마차
마차 썰매
장례썰매
시씨의 황금마차

엘리자베트 아말리에 오이게니 인 바이에른 공작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이며 시씨는 애칭이다. 박물관이 따로 있어 내일 갈 예정이다.
마차 박물관은 용도별로 마차를 전시해 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의전용, 썰매용, 사냥용, 장례용 등 난생처음 가장 많은 마차를 구경했다. 별로 승차감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글로리에테

여기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뒤쪽의 건물이 글로리에테인데 체력 안배를 위해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깔끔하게 포기한다. 내일을 위한 포기!

글로리에테로 가는 정원 양옆으로 숲이라 해도 될 정도로 나무들이 무성하다. 숲 속에서 산소 공급받고 미로정원으로 간다. 도심에 이런 숲이 있다면 병이 없을 것 같다. 좀 부럽다.

미로정원 입구

봉님에게 미로 정원 가자고 하니 “no!” 혼자 갔다 오라고 해서 갔더니 어느새 뒤따라오고 있다. 말 그대로 미로인데 쉽사리 출구를 찾을 거라 예상했는데 쉽지 않다. 모두 돌아 나오는 길을 우리는 들어가면서 서로 보고 웃는다. 헤매다 겨우 출구 찾아 나온다. 봉님은 여기서 끝. 나는 다른 미로로 간다.

반대편 미로 중간쯤에 많은 거울이 있다. 여기선 360도 동영상 찍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찍었는데 결과는 없다. 인물사진모드로 열심히 돌았다. 돌겠네! 그래도 혼자놀이 재미있었다.

노란 시티 버스를 타고 벨베데레 궁전으로 간다. 궁전 근처 한식당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김밥이 진짜 김밥이다.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입구. 상궁과 하궁이 있는데 상궁은 18세기 작품들이 있고 하궁은 조각과 특별전이 열린다. 구스타브 클림트의 키스 원본은 상궁에 있다. 대부분 이거 보러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다. 나는 두번씩 진품을 보는 행운아! 사진은 생략. 내 블로그 세상모든여행 ‘동유럽 발칸5국’에서 겨울 오스트리아를 만날 수 있다.

구스타프 크림트의 해바라기 1907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그냥 지나쳤다. 이번에 다시 보니 해바라기 꽃을 그림의 맨 위에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드레스 입고 다소곳하게 고개 조금 숙이고 있는 조신한 여인네 같다. 그 자태가 기품이 있다. 그림 설명에는 성모가 연상되기도 한다고 쓰여 있지만 잘 모르겠다.

Auguste Rodin Study for a Monument to Victor Hugo 1890

18세기 누구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콜라비가 있었다니! 싹이 난 양파가 너무 친근하다.

Peter Fendi The Distraint 1840

재산을 압류당하고 있는 7명 가족의 가장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당시 저런 위기의 가정이 많았다니 오스트리아의 경제 사정이 어려웠나보다.

Ferdinand Georg Exhausted Strength 1854

19세기에 일상생활과 아이에 혼자 대처하는 여성들이 직면한 불안정한 상황에 관심을 끌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
곤히 자고 있는 아기, 침대 아래 지쳐 쓰러진 엄마의 모습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는 힘들다.

에곤 쉴레의 죽음과 여인

남자는 에곤 쉴레 자신이 아닐까? 공허한 눈은 뭔가 응시하고 자세는 불안정하다. 강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다

하궁으로 가는 길 꽤 멀다. 햇빛도 강한데 걸어야 한다.

하궁에서는 우크라이나 작가들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아무도 아는 작가는 없지만 그중 가슴에 와닿는 그림이 있다.

Viktor Palmov 우크라이나 The 1st of May 1929

소련의 시위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인데 왼쪽 아래 모서리 아이를 위로하는 어머니, 오른쪽 아래 모서리  키스하는 커플과 그 위를 맴돌고 있는 나비 그리고 테니스를 치는 듯한 사람도 보인다.
1929년 5월 1일 소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카를 성당 가다 빈 뮤지엄 있어 들어가 본다. 비엔나 패스가  있으니까 부담 없다. 크게 볼거리는 없어 생돈 내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디자인이 멋스럽고 고급스러운 화장대인 가구는 지금 사용해도 될 것 같다.

karlsplatz를 지나 빈 분리파 미술관으로 간다.

빈분리파는 클림트를 중심으로 빈의 주류 미술계에 대해 반대하여 결성된 미술가 그룹으로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등이 참여하였다. 그들의 작품전시를 위해 1879년 지어졌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 또 하나 배운다.

출입문 정면
출입문 왼쪽
출입문 오른쪽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방에 들어서면 클림트 그림이 천장 바로 아래 삼면의 벽에 그려져 있다. 전통에서 벗어난 예술을 추구하는 미술사조라 하는 말이 좀 이해된다. 한참 올려다보고 있으니 고개가 아파온다. 하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방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활동이 한창이다. 손 들고 있는 두 사람이 작가인 듯한데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다른 몸동작을 이어간다. 도무지 알 수 없어 조금 보다 나와 숙소로 간다.

잠시 휴식 후 Musikverein에서 Wiener Mozart Orchester의 콘서트 예약이 있다. 조금 일찍 나서 숙소 근처여 있는 160년 전통 카페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는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162년 된 카페 뮤지엄으로. 아인슈패너 맛집이라는데 저녁이라 그냥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특히 빵과 함께 나온 크림이 너무 맛있다. 느끼하지도 않고 입술에 닿는 촉감이 너무 부드럽다. 저게 들어간 아인슈패너라면 분명히 맛있을 것 같다.

분홍색인 듯 주황색 같은 건물이 예쁘다.

오늘 공연은 관광객 대상인지 중국 여행 왔나 착각할 정도로 중국 사람들이 많다.

실내는 크지 않지만 고풍스럽고 연주자들은 가발도 쓰고 18세기 복장으로 연주를 하는 것이 특색 있다. 연주홀에서 듣는 음악은 아주 생생하다. 대구 콘서트장에서 듣는 소리와 뭔가 다르다. 잘 알려진 음악을 주로 연주하고 중간중간 지휘자는 박수를 유도하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의도에서 인지 연주홀 소등하지 않는다. 가볍게 듣고 즐기기엔 괜찮은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빈 필하모니 신년 음악회도 열린다고 한다.

미술관 갔다 콘서트장 갔다 예술 활동으로 하루 보냈다.
여행도 노동이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