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31일차 부다페스트/부다성

흐르는물처럼~ 2024. 5. 6. 16:52

5월 1일이다. 4월이 갔으니 여행 중 달력 한 장 넘긴다. 점점 집이 그리워지고 가족들이 보고 싶다. 봉님은 매일 저녁 손녀 동영상을 보고 또 본다. 이렇게 또 가족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낀다.

대칭 좋아하는 유럽인, 내 생각이지만. 호텔 중정도 정확히 대칭이다. 사실 나도 대칭 좋아한다. 비대칭의 다이내믹함은 불안정한 반면, 대칭은 정체되어 변화 없어 보이나 안정감을 주어 편안하다. 모든 왕궁과 성당도 대칭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나는 왕족?  

보수하지 않은 듯한 저런 칙칙한 건물이 내 기억에 남은 부다페스트의 모습이다.  어제 머리서 야경으로 실루엣만 본 부다성으로 간다.

트램에서 내려 부다 성 찾아 삼만리. 걷고 또 걷는다.

구글지도에 의지해 가지만 입구 찾기가 어렵다. 걷다 보니 언덕에 올랐다. 눈앞에 다뉴브강 잔물결 일렁이고 햇빛에 반짝이며 게으르게 흐르고 있다. 올라간 만큼 더 많이 보인다.

헤매다 겨우 찾았는데 눈앞에 펼쳐진 계단! 끝이 안 보이는 저 계단 올라야 한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드디어 보았다. 부다성! 헝가리 국왕들이 살았던 성채로 17세기 합스부르크 마리아 테레지아 여황제에 의해 개축되었으며,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술관 구경 간다.

미술관 실내는 옛 성이라 그런지 층고가 엄청 높고 대리석 기둥이 멋지다.

헝가리 작가의 작품 포항 해서 다량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이제 작품 보는 노하우가 생겨 재미있다. 대신 훑어볼 때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리도 아프다.

Beauty, Wealth, Intellect, 1894
after exam 1890

그림의 등장인물 표정이 무척 밝다. 시험 친 후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시험은 부담되고 싫은 일인 것은 확실하다. 그 부담에서 벗어났으니 즐겁다.

The Hofbräuhaus in Munich, 1892

뮌헨에서 점심으로 맥주 마시러 갔던 그 호프브라우하우스를 그린 작가가 있었다니 놀랍다. 적어도 1892년에 존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ballon 1878

1878년에 열기구도 있었다. 이런 그림이 없었다면 그 시절의 생활상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새삼 화가들이 존경스럽다.

이 그림을 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포스트 같다고 생각했는데 봉님 생각도 같다.

피에타

헝가리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그림전시.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표현하여 1930년대의 집단 거주민에 대한 감금, 추방, 그리고 강제 수용소에서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가슴 아픈 장면들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Music Lesson, 1898

이 조각상의 남자 손에 들고 있는 악기는 팬플룻이다. 팬플룻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수 목신인 '판(Pan)'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판은 시링크스라는 요정을 사랑했는데, 시링크스는 쫓아오는 판을 피하다 잡히려는 순간 갈대로 변하고 판은 그 갈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유래의 근거가 될만한 조각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돔으로 올라갈 수 있다. 여기서도 시내 조망이 가능하다.

뒤에 보이는 역사박물관 앞 분수의 물고기 입을 양손으로 벌리고 있는 동상 표정이 너무 사실적이다.

부다성을 나와 근처 식당에서 굴라쉬로 점심 해결한다. 네 번째 먹는 굴라쉬지만 모두 다르다. 조리법도 재료도 맛도 다르다. 이 카페의 굴라쉬는 육개장 비슷하다.

낮에 봐도 멋지고 예쁜 건축물. 국회의사당.

쇼핑센터가 있는 곳에 가려고 지하철 탔는데 마지막 정거장에 내려야 할 것을 한 정거장 앞에 내렸다. 기다렸다 다음 지하철을 탔는데

노동절이라 역 근처 큰 쇼핑센터가 휴무이다.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는 아르카드도 문이 굳게 닫혀있다.

혹시나 했는데 Sugar도 역시 휑~하다.

Sugar 앞 중고책 가판대만 오는 사람 없는 쇼핑센터 앞을 지키듯 덩그러니 서 있다. 어쩔 수 없이 발길 돌린다. 이것도 여행의 일부이니까 괜찮다. 이른 시간이지만 좀 쉬고 싶어 일찍 일정을 마치기로 하고 저녁 먹거리 사서 호텔로 간다.
#에피소드
방에 들어갔더니 청소가 되어 있지 않다. 그때가 오후 3시 반. 3시 체크인 시간은 넘었으나 조금 이른 시각이긴 하다. 오늘따라 동전이 없어 팁으로 5유로를 두고 나왔는데 돈만 가져가고 청소는 안했다? 뭔 이런 🐕같은 경우가. 아직 청소 전이라 나의 객실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호텔규모가 크니까 청소가 늦을 수 있겠다 싶지만 들어와서 팁만 가지고 나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리셉션에 컴플레인 걸었더니 알겠으니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다시 봉님이 내려가서 방 바꿔달라고 요구하니까 그때서야 15분만 기다리면 청소하겠다고 15분만 기다려 달라는 성의 없는 답이 돌아왔다.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겨우 룸으로 돌아와 내일 3시간 기차여행이라 먹을 달걀을 삶으려고 전기포트를 꽂았는데 이번엔 전기가 나가네. 아으~~~. 또 연락해서 직원이 와서 차단기 올려 전기 들어오고 나는 샤워실로. 차단기가 룸 안에 있는 것도 놀랍다. 그 사이 봉님 다시 전기포트 꽂았는데 또 전기가 나간다. 나는 샤워 중인데. 이런 황당한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다시 직원 부르니 전기포트 쓰지 말란다. 헉! 샤워는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와 전기포트를 살펴보니 물이 샌다. 아이고 맙소사! 가져간 포트로 달걀을 삶기는 했다. 여기서 달걀 삶는 팁 하나!  오래 삶지 않고 한 번 끓은 후 그대로 두면 반숙이 된다.
언젠가 누군가 또 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해야 하지만 결국 물 샌다는 얘기 안 하면서 소심한 복수를 했다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봉님은 구글에 후기를 남겼다고 했다. good j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