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여행/봉황의 40일 유럽여행 사진일기

#16일차 비첸차/밀라노로 가는 날

흐르는물처럼~ 2024. 4. 22. 03:49

여행도 어는 듯 중반으로 가고 있어, 휴식차 비첸차에서 3일간 지낼 예정이었으나 오고 가는 날 포함 내리 4일을 기차를 타게 될 줄이야. 비첸차, 베로나, 치타델라 다시 비첸차. 밀라노행 12시 반 기차를 타기 전 어제 휴관했던 시민 궁전 미술관으로 간다.

박물관으로 가면서 팔라디오 건축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네. 이 건물, 저 건물 모두 맞는 것 같다. 어느 건물의 등나무가 예술적이라 저절로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식물 학대가 아닐까 하는 정도로 요리조리 비틀어 수형을 잘 잡았다.

Museo civico di Palazzo Chiericati.

조각품, 회화 등 13세기에서 20세기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굉객이 별로 없어 조용히 감상하니 좋다.

빈첸초 코로넬리(Vincenzo Coronelli )의 지구본.
추기경의 요구에 직경 4미터의 루이 14세를 위해 손으로 쓴 지구본 두 개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하늘을 나타내고 다른 하나는 땅을 나타낸단다.  베니스로 돌아온 후 그는 유럽 전역에 널리 퍼진 축소된 견본을 전파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사자가 있다.

조각이 아름다운 천장화.

1678년 그림. The palm reader. 손금 보는 사람?
그때부터 손금을 봤다니 놀랍네. 하긴 점성술도 있었고, 별자리점도 있었으니까.

소장품을 전시하는 공간. 기부한 사람은 잊어버림
내가 본 것과 똑같은 베네치아 그림, 너무 편안해 보여 갖고 싶은 소파, 펀칭으로 만든 전등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개인의 소장품이지만 어찌 보면 영원히 가지지는 못 하기에 나와 잠깐 인연을 맺을 뿐 내 것이 아닌 것이다.

지하에 유물 전시관이 있다. 중간중간 저런 환기구 같은 것이 있는데 비가 오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진다.

건물에 딸려있는 회랑이 인도이다. 예부터 저 모습이었는지 근대로 오면서 건물에서 달아 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시도 덜 삭막해 보이고 갑자기 비가 와도 대피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역으로 가는 길에 성당이 보여 잠시 들린다. 산 로렌조 교회이다.  13세기에 지어진 교회로 1차 세계 대전 때 전쟁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1927년 프란체스카 수녀원 수도사들이 다시 예배당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밀라노로 가기 위해 다시 비첸차역.

시간 여유가 있어 역전 카페에서 카푸치노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한다. 우유를 싫어해서 전혀 마시지 않던 라테나 카푸 지니를 여기 와서 가끔 마신다. 싫은 이유 중 하나이었는데 먹은 후 텁텁한 느낌이 전혀 없다. 2.5유로 샌드위치도 가성비 좋았다. 야외 테라스에서 마셔야 하는데 담배냄새와 연기를 참기 힘들다. 야외에서는 흡연이 가능한 나라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피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밀라노행 고속열차를 탔다. 아싸 리아! 와이파이가 된다. 밀린 숙제를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와이파이가 잡히긴 하는데 원활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밀라노역에 도착했다. 생각 보다 역이 엄청 크고, 관광도시인만큼 오가는 사람도 많다.

숙소에 짐 풀고 바로 스포르체스크성으로 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에 참여한 15세기 지은 건물. 미켈란젤로가 죽기 3일 전까지 작업한 론다니니의 피에타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을 위해 만든 유일한 작품이다.

역사박물관이라 전쟁 관련 전시품이 있고, 특히 천장의 문양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론다니니 찾아 헤매다 긴 줄을 보고 찾아가 맨 뒤에 일단 서본다. 그리고 한 사람 줄 서고 한 사람 입구에 가서 물어보니 여기는 이집트전이 열리고 있다고 하며 위치를 알려준다.  사진을 찍고 보니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의 나사리 궁전 같다.

한번 더 물어보고 찾아낸 피에타. 의외로 사람이 거의 없어 좀 의아했다. 그 덕에 가까이서 마음껏 자세히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가 죽기 3일 전까지 작업했으나 미완성이고 자신을 위해 만든 유일한 작품이라고 한다.
성모가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성모를 업고 있는 듯하다. 미완성인데 자식 잃은 성모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인다. 왜 나체인 예수를 조각하려 했을까?
미켈란젤로 자신이었을까?

성채 안뜰은 제법 크다. 붉은 벽돌, 초록잔디, 파란 하늘색이 마음이 정화된다. 그냥 서 있어도 치유되는 느낌이다.

갈레리아 중앙 십자로 바닥에 도시를 나타내는 여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그중 토리노 문장인 황소 모자이크의 고환 부분을 오른발 뒤꿈치로 밟고 세 바퀴 돌면 행운이 온다고 하여 나도 시도해 본다. 세 바퀴 돌고 나니 어지럽네.

저녁으로 밀라노 까르보나라. 역시 이탈리아 오리지널 까르보나라는 내 입맛에 맞는구나. 집에 가면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

미리 예약해 둔 라 스칼라 극장 가는 길. 어느 길로 가던 소위 명품샵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다. 동네 양품점 있듯이 늘어서 있다.

라스칼라 극장 앞. 공사 중이라 좀 아쉽지만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시작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 주변을 배회한다.

극장을 마주 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상이 있다. 유명인 동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이탈리아이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내부는 화려하다. 크기는 좀 작은 것 같은데 박스석이 7층까지이다. 공연에 오는 사람들 모두 차려 입고 온다. 남자는 정장에 보타이, 여자들은 대부분 드레스 입고 있어 여행객인 우리 복장으로 들어갈 수 없을까 살짝 고민했다.

로비에 위풍당당 서 있는 베르디

백스테이지 투어라도 할까 했는데 마침 밀라노 입성하는 날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이 있어 일단 급하게 예매하는데 좌석이 몇 개 남지 않았다.
1층 발코니석 두 개를 잡았는데 하나는 2/3쯤 보이고 다른 하나는 반쯤 보인다. 발코니 하나에 5석이 있는데 맨뒤자리는 보이지 않아 서서 봐야 하므로 입석이나 마찬가지이다. 발코니석이라 노랫소리가 좀 적게 들린다. 그러면 어때! 내 생애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게다가 주인공이 엘리나 가란차이다. 카르멘 블루레이 보고 팬이 되었다. 합창을 뚫고 나올 만큼 풍부한 성량이 시원하다. 43만 원 거금을 들인 공연, 그 값어치는 충분하다.

공연 끝나고 두오모 광장으로 나오니 밀라노 대성당 야경이 환상적이다.  본의 아니게 시내 야경 투어가 되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에도 여전히 관광객이 많고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건물이다.

지하철 타고 숙소로. 매번 오지만 긴장되는 장소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