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수녀님, 내 친구 수녀님

흐르는물처럼~ 2022. 9. 24. 12:39

며칠 전 근무했던 학교에서 어떤 수녀님이 내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고 하는데 가르쳐줘도 되는지 물어보는 전화가가 왔다. 순간 내 친구 혜화를 확신했다.
내 친구 수녀님!
중학교 3년을 같은 반, 고입 연합고사 이후 추첨으로 고등학교 가던 시절 같은 고등학교 배정받아 내리 6년을 같은 반이었다. 거기다 같은 대학교 다녀 무려 10년을 거의 매일 붙어 다녔다. 덕분에 학창 시절 다른 친구는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수녀원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것도 봉쇄 수녀원인 가르멜 수녀원.
그 친구의 집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 집안이고, 그 언니도 이미 봉쇄수녀원인 마산 트라피스트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야 했고 그렇게 가버렸다. 속세엔 나의 유일한 친구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2004년 그녀는 훌쩍 캄보디아로 가버렸다. 불교 국가인 그곳에 수녀원 지어 거기서 산다고 했다. 수녀원 들어간 후 세 번 만날 수 있었다. 수유리 수녀원 면회-창살 있는 창문을 통해 면회했고 실로 충격이었다- 친구 아버지 초상, 그리고 캄보디아 갈 때.
살면서 늘 마음속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던 친구, 말동무 필요할 때 없어서 아쉬웠던 그래서 원망도 했던 친구. 여기 내 자리에서 내가 살 듯, 그 친구는 거기 친구의 자리에서 사는 것이고,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 목표는 같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그런 친구가 한국으로 왔다. 무릎 연골 수술 차.
일주일 노력 끝에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나를 찾았다 한다. 서로 연락이 끊겨 내 전화번호가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내가 퇴직한 학교로부터 알아낼 수 있었다고.
TV는 사랑을 싣고 한편 찍은 것 같이 극적으로 우리는 만났다. 세월이 흘러도 친구는 단박에 알아본다.
서로 세월의 흔적을 보며 다시 찐 친구임을 확인한다.
서로 길이 다르다 해도.
편안한 친구 얼굴을 보면서 나도 편안해졌다.
수술하고 돌아가면 또 언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만날 수 없다 해도 괜찮다. 언제나 맘속에 있으니까.
일단 마음에 자리 잡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는 마음속에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영원한 친구.

바람쐬러 사문진으로 go go~~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한 가운데  (2) 2022.11.03
이스트 없어도 가능한 우리밀 사워도우 빵  (0) 2022.10.10
운문사 처진 소나무  (0) 2022.09.19
들깨 사워도우 빵  (0) 2021.12.11
낡은 피아노  (0) 202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