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모든음악

오페라’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스칼라극장

흐르는물처럼~ 2024. 5. 16. 18:00

밀라노 여행 갔으니 라스칼라에 가봐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공연이 없으면 백스테이지 투어라도 할까 했는데, 마침 밀라노 입성하는 날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이 있다. 게다가 주연이 엘리나 가란차이다. 일단 급하게 예매하는데 좌석이 몇 개 남지 않았다. 1층 발코니석 두 개를 잡았는데 하나는 2/3쯤 보이고 다른 하나는 반쯤 보인다. 발코니 하나에 5석이 있는데 맨뒤자리는 보이지 않아 서서 봐야 하므로 입석이나 마찬가지이다.

한창 공사 중인 외관은 소박하지만 내부는 화려하다. 크기는 좀 작은 것 같은데 박스석이 7층까지이다. 공연에 오는 사람들 모두 차려입고 온다. 남자는 정장에 보타이, 여자들은 대부분 드레스 입고 온다.

이 작품은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베리스모 오페라이다. 베리스모 오페라는 기존의 오페라가 신화에 나온 이야기나 영웅의 일대기, 귀족들의 삶, 종교적인 내용 등을 다루었던 반면, 서민이나 힘없는 하층민의 현실적인 삶을 주제로 한다는 것이다.

로비에 어떤 일본여자는 기모노를 입고 왔다. 한복을 가져왔어야 했나?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4월의 부활절 하루에 일어난 일. 극이 시작되기 전의 배경상황이 있다. 투리두는 애인 롤라를 남겨 놓고 입대했었고, 제대하여 돌아와 보니 롤라는 마을의 마부 알피오의 아내가 되어 있다. 투리두는 같은 마을 산투차와 가까이 지내며 위로를 받고 있지만 롤라를 잊지 못하고 있다.

막이 시작 되고 산투자에 질투를 느낀 롤라가 투리두를 유혹하고 이 사실을 눈치챈 산투차는 투리두의 어머니에게 호소하지만 아들 편을 들고, 투리두에게도 애원한다. 투리두는 롤라와의 관계를 부인하지만 마음은 이미 롤라에게 가 있다. 결국 산투차는 롤라의 남편 알피오에게 롤라와 투리두의 외도를 폭로해 버린다. 알피오는 복수를 다짐하고 산투차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한다.
유명한 간주곡이 나오고 후반부가 이어진다.

알피오는 투리두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투리두는 받아들인다. 죽음을 예견한 듯 투리두는 어머니에게 술에 취한 척하며 자신을 축복해 줄 것과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산투차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며 어머니에게 2번 키스를 한 뒤 알피오를 만나러 떠난다.결국 '투리두가 살해됐다'라는 외침이 들리고 산투자는 당당한 걸음으로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고 막이 내려온다.

엘리나 가란차의 성량은 합창 소리를 뚫고 나올 만큼 폭발적이다. 무대가 양쪽 발코니석 앞까지 연장되어 있고  산투자역의 엘리나는 주로 무대 왼쪽에서 연기하여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잘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투리두가 죽고 산투자가 사라지는 장면에서 산투자가 홧김에 알피오에게 둘의 관계를 폭로했다기보다 계산된  복수였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섬뜩했다. 투리두에게 애원하던 산투자는 한 없이 연약하고 착한 여자처럼 연기했지만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일까?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나의 느낌이 그렇다.

발코니석이라 노랫소리가 좀 적게 들린다. 그러면 어때! 다행히 앞 좌석 중국인 할머니는 공연 내내 자고 있어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어 오히려 고맙다. 앞 좌석은 가격이 2배다. 5개 좌석이 보이는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내 생애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앞 좌석 뒷면에 자막화면이 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거금을 들인 공연, 그 값어치는 충분하다. 엘리나 가란차 공연 직관할 기회가 또 있을까?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