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차 비첸차/치타델라

4월도 벌써 반이 지나간다. 오늘은 그동안 밀린 빨래하고 쉬려고 했는데, 갑자기 봉 님이 세 시간짜리 여행을 제안한다. 비첸차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치타델라는 작은 마을에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 있다고 가보자고 하여 잠시 고민하다 동의한다. 계획에 없던 일정인데 이런 것이 자유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재미 아니겠는가!
빨래방에서 거금 18유로를 지불했더니 뽀송뽀송한 빨래가 나온다. 찝찝함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단 숙소로 간다.

빨래 기다리는 동안 근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하는데 설탕 봉지 그림 클래스 좀 보시게나! 카라바조 그림이다. 커피도 당연히 맛있고.

사흘 연달아 기차 여행이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한산하고 기차도 텅 비었다.

치타델레. 정말 조용하고 작은 시골. 사람 보기 힘들다.
역 앞 가로수길은 벌써 여름만큼 녹색 짙고 아담한 주택들도 빈부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편안할 것 같다.

치타델라는 13세기에 파도바의 군사 전초 기지로 설립된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 지방의 중세 성벽 도시로 타원형 성벽을 걸을 수 있는 Parapect Walkway가 있다. 벽은 둘레가 1,461m, 지름이 약 450m, 높이는 30m 벽의 두께는 무려 2.1m이다. 성밖과 통로가 되는 네 개의 문이 있다. 성벽을 2013년 6월 8일 복원하였으며 매년 그날 축제가 열린다.

벽에 보이는 문양은 카라레시 가문의 문양이라고 안내서에 적혀있다. 카라레시스 가문은 중세 시대의 중요한 가문으로, 14세기 초부터 파도바와 그 주변 지역을 통치했다. 치타델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안내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박물관은 소박하다.

무너진 성벽 너머  성밖 마을이 보인다. 성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시대 같다. 한 바퀴 다 걷는데 한 시간쯤 걸린다. 성벽 꼭대기에서 좁은 길 따라 한참 산책하며 가끔 아래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성벽도시 안 마을은 중세도시 그대로 인 듯한 모습이다. 성벽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강인 해자는 고대에는 샘물이 공급되었다고 하는데 방어의 역할도 했을 것 같다.

저녁은 호텔 옆 식료품 가게에서 여러 가지 선택해서 숙소에서 먹는다. 모두 다 맛있지만 국물이 그립다.
내일은 밀라노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