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가다

흐르는물처럼~ 2025. 6. 12. 11:08

어쩌다 보니 서울 어느 병원을 정기적으로 가게 되었다. 오늘이 그날이라 진료 후 서울 살고 있는 딸과 함께 북서울 미술관을 관람하기로 한다. 전시회 검색하다 여기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도 한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다. 서초에서 자동차로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비서울인이 쉽사리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점심으로 서래마을 ‘델리쎄 106’에서 먹은 까르보나라는 로마에서 먹어본 그 맛과 비슷해서 맛있게 먹었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 이탈리아 식당에서 만든 음식이 현지보다 맛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로마 까르보나라가 맛있다.

'그림이라는 별세계' 전이 열리고 있다.
이건희컬렉션, 강요배, 권옥연, 방해자, 윤국영, 이인성 등 8인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이며 무료이다.

권옥연 ‘새’

입구를 들어서면 한국화 느낌의 그림이 눈에 띈다. 유화그림이지만 유화물감의 오일성분을 신문지로 흡수시켜 제거함으로써 반짝이지 않도록 해서 한국화 느낌이 나도록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권옥연 ‘양지’ 1956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고갱이 떠 오른다.

이인성 ‘어느 가을날’ 1934

파란 하늘과 모자로 보이는 두 사람, 적토의 대비가 선명하다.

이인성 ‘아리랑고개’
유영국 ‘작품’ 1967

유영국은 한국 모더니즘과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힌다.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 요소를 활용하고, 주로 산이 주제이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 바탕에 섬광 같은 명도 높은 노란색 삼각형은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김봉태 ‘창문시리즈’
하인두 ‘만다라’ 1988

사찰의 단청 같기도 하고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느낌도 나는 작품이다. 두 종교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방해자 ‘하늘의 땅’ 2011

한지를 접고 구기는 과정을 통해 부드러운 섬유질을 노출하여 원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가운데 밝은 동심원은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듯한 느낌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산등성이 길을 따라’ 산수화느낌 물씬나는 작품

크리스찬 히다카라는 작가의 ‘하늘이 극장이 되고, 극장에 하늘이 있으니’라는 이름의 전시는 고대 동굴 벽화나 산수화가 연상되는 벽화까지 캔버스를 벗어나 벽이나 바닥 등 공간 전체를 활용한 독특한 형태이다. 그중
‘고도에서 기다리며’는 이번 전시의 가장 중심이 되는 작품으로 작가가 이탈리아 라벤나의 고도 지역에 방문했을 때, 기차역의 낡은 표지판에 쓰여있던 Godo라는 단어를 보며 기차를 기다렸던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전시가 알차고 새로운 전시 형태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음악이나 회화는 웬만하면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해설을 듣지 않는 편이다. 오직 작가만이 아는 영역일 테니. 그림을 보고 내가 받은 느낌이 좋으면 그것이 정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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