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 아침. 날씨는 다시 겨울이 된 듯 간밤에 처음으로 한기를 느꼈다. 숙소가 역 근처 도로변이라 쓰레기 수거하는 소리에 잠을 깬다. 얼마나 쓰레기가 많으면 소리만으로도 그 양을 짐작할 수 있겠다. 거리에는 쓰레기통이 제법 많다. 예전 우리나라에도 있었지만 언젠가 기억이 안 나지만 모두 없앴다. 나름 편리하더만! 컵라면으로 든든하게 아침 챙겨 먹고 출발! 역시 국물이 최고다.
브레라 미술관 가는 길 갑자기 나타난 두 마리 말. 폴리스 호스? 출동 준비 중인가? 거리에 경찰과 군인이 군데군데서 경계를 강화하고 있어 좀 안심된다.
지하철에서 내려 브레라 미술관으로 가는 길 양쪽이 대부분 식당이다. 아침부터 파스타면을 만드는 집, 야외 카페를 세팅하는 집 등 분주하다.
예약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바로 옆 카페에 갔는데 꽤나 역사가 있는 카페인 것 같다. 아침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밀려온다. 한 잔의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이 보통의 아침식사라고 한다. 1.2유로짜리 에스프레소 역시 맛있다.
브레라 미술 대학의 2층이 미술관이다. 아침 시간이라 등교하는 학생들과 함께 들어간다. 밀라노의 3대 미술관중 한 곳으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18세기까지 밀라노를 중심으로 활동한 화가들의 작품이 주로 전시돼 있다.
대학 중정. 쭉쭉빵빵 기둥들이 마치 궁전에 들어온 기분이다. 이런 곳이 대학교라니 부럽네.
미술관이라 그런지 괘종시계 같은 입구도 예술적이다. 시계는 잘 맞다. 이런 것까지 부러운지. 부러우면 지는 것이건만.
여행하면서 미술관 관람을 가면 이런 장면을 많이 본다. 학생들을 인솔해 미술관 큐레이트가 그림이나 조각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근데 놀라운 것은 학생들의 태도이다. 진지하게 듣고 질문도 한다. 질문 없는 우리 학교 교실 사정과 다른 점이다. 말 그대로 산교육인 것이다.
원근감이 있고 무엇보다 슬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자세히 보면 슬퍼하는 사람이 세명이다.
그림이든 조각이든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피에타가 있는 듯. 이번 여행을 통해 웬만한 가톨릭신자보다 성화를 많이 본 것 같다.
조반니와 젠틸레 벨리니 형제의 알렉사드리아에서 설교하는 성마르코. 브레라 미술관의 대표작이라 한다.
가로 7.7m 세로 3.5m의 대작이다. 거의 벽만 한 크기에 압도되고, 사진 같은 그림의 상세함에 한 번 더 놀란다.
두 그림 모두 최후의 만찬인데 특이한 점은 위의 그림은 예수님이 가운데가 아니라 왼쪽 끝에 배치되어 있다. 피에타만큼 많은 최후의 만찬 그림이 있다.
라파엘로 작품 인뎌 원형의 신전 위에 작가의 서명이 있다.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나 보다. 미켈란젤로도 바티칸 피에타에다 띠모양으로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었고 그 후 다시는 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오모 박물관 가는 길 인도에 전시하고 있는 그랜드 피아노. 지금 밀라노는 세계 가구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인데 그 일환인가 짐작해 본다. 어쨌거나 부티 나고 멋지다. 한 번 쳐보고 싶다. 다음생에는 피아니스트였으면 좋겠다.
이제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으로 go! go!
조각상의 표정이 너무 사실정아다. 서로 바라보는 조각상은 실제 인간이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조각은 섬세하게 표현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조각상 소품들 전시공간.
스테인드 글라스조차 진품을 보존하기 위해 떼어내서 따로 보관하고 있다. 성당 안 밖을 둘러본 나는 대체 뭘 본것인지 좀 허탈하다.
1774년 지어진 정원. 화단, 연못, 고목 등이 어우러져 휴식의 공간을 만든다. 식물 학습원역할도 하는 것 같다.
3시 43분 기차로 꼬모가 기 위해 밀라노 센트라레역으로 간다. 비소식에 서둘러 역으로 갔는데 갑자기 3시 43분 우리가 탈 기차가 캔슬되었다고 뜬다. 순간 멘붕 온다. 인포에 가서 문의하니 한 시간 후 기차를 타라고 한다. 4시쯤 다시 4시 43분 기차도 캔슬이라고 뜬다. 뭔 이런 일이 다 있는지. 순간 하룻밤 어디서 지내야 할지, 역에서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스친다. 하지만 봉님 열심히 노력하여 앞의 기차표 포기하고 4시 10분 취리히행 차표를 끊어 급하게 기차에 오르니 거의 만석이다. 캐리어 하나는 선반 위에 올리고 나머지는 좌석 사이에 끼워 놓고 나서 한숨 돌린다. 힘들고 황당했지만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가 묵었던 숙소 중 전망이 가장 좋다. 해 질 녘 무지갯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린다.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전망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겠지?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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