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만에 강릉으로 떠난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하여 4시간 반 정도 걸린다. 차비도 21,300원으로 저렴하다.


누리로는 동대구 ~강릉 간 기차이다. 2009년 6월 1일부터 운행하는 동해선 : 동대구에서 출발해서 경주, 포항, 울진 삼척등 28개 역을 거쳐 강릉에 도착한다. 모든 역에 정차하기에 정차하는 시간만 해도 1시간이 넘는다. 동대구역에서 하루에 4번 운행하며 그중 한 번은 ‘ITX-마음’으로 ITX-새마을급이지만 시간은 20분 정도 덜 걸린다. 옛날 가장 느린 비둘기호가 8시간 걸렸던 것에 비하면 누리로는 빠른 편이다. 그래도 지겹긴 하다. 밤기차라 주변 경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 시 6시간 기차여행도 지겹지 않았는데.
좌석은 좁지 않고 실내도 깔끔하지만 앞 좌석에 붙은 선반이 팔걸이 안쪽에 숨어 있다. 그래서 크기도 작고 불편하다.

숙소는 바다뷰. 12시 넘어 도착했지만 밤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월요일 아침. 흐린 날씨라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쉽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는 것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아침으로 초당 순두부 먹으러 가는 길 해변에 핀 해당화. 어릴 적 부르던 동요가 생각나 흥얼거려 본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갈매기 한두 쌍이 가물거리네
물결마저 잔잔한 바닷가에서>
가사 내용이 동요라고 하기엔 좀… 개인적 의견일 뿐.
https://youtu.be/BGp6XrRSfMw?si=ociD0c4i5w1z7C4o

강문해변의 강문교.

원조 할머니 초당두부. 부드럽고 순해서인지 맛은 별로 없다.

커피 성지 테라로사.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하다. 버스를 놓치고 택시 탄다. 20분 12,000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 자칭 커피 애호가인 내가 꼭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드디어 왔다.



실내는 넓고, 야외 테라스는 편안하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가 테라로사 커피 23년의 세월을 말하고 있다.
온두라스와 케냐 드립커피 두 잔 주문. 마셔 본 카페 커피 중 제일 맛있다. 바로 원두 구입. 때마침 buy one, get one 이란다. 굉장히 득템 한 기분이다. 주변을 돌아보다 버스 시간 되어 정류소로 간다.

구입한 원두를 정류장에 두고 버스를 타고 세정거장 갔을 때 알아차려 바로 하차해서 온 길을 걸어서 되돌아가야 한다. 시골이라 한 정거장 거리가 멀어 거리가 1.6km 정도거리를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야 했다. 마음은 급하고 내 원두가 안전하게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30분 정도 걸어서 갔더니 원두 봉다리가 없다!
테라로사 주차도우미에게 물어보니, 누군가 두고 간 커피라 생각되어 커피숍에 맡겨 두었다고 한다. 커피를 찾아 나오면서 아직은 세상은 밝고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카카오 택시 호출해서 중앙시장으로 간다.


강릉 중앙시장. 월요일이지만 엄청 붐빈다. 오징어순대 맛집이라 해서 무려 20분 줄 서서 받은 17000원짜리 순대는 실망을 넘어 절망. 많은 순대집이 있지만 모두 똑같은 순대인 듯. 얼린 순대 포장 뜯어 계란물 입혀 구워준다. 그런데도 맛집이 된 것은 사람들이 줄을 서게 만든 영업 전략 아닐까? 줄은 긴데 주문받은 후 한 사람이 구워주고 있으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맛은 없었으나 그래도 안 먹어 봤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늦은 점심, 이른 저녁으로 짬뽕 물회를 먹기로 하고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로 갔더니 대기번호 7번.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주인의 말을 뒤로하고 맛집 옆집에서 전복, 소라, 멍게 등이 들어간 모둠 물회를 시켰다. 소문난 맛집과 경쟁하려면 맛집 옆집도 맛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회맛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먹고 나오니 소문난 맛집 앞에서 여전히 대기 중인 많은 사람들.

안개비 뿌리는 경포해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고 6월 3일 오늘도 계엄하에 있었다. 그 때문에 대학은 휴교를 했고 1981년 1월 24일 해제되었다. 그 덕에 1980년 6월 3일 남편을 만났다.
2024년 12월 3일 뜬금없는 계엄이 선포되고 오늘까지 딱 6개월을 불안한 마음을 힘들게 견디며 살았다. 최소 44년 이전으로 되돌려진 민주화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심판하는 날, 대통령 보궐선거일이다. 사전 투표를 했고 그 덕에 강릉으로 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새로운 태양을 맞이한다.


숙소에서 경포대까지 산책로 따라 걷는다. 허균의 홍길동전 내용을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다라고 하는 듯 손짓하는 여인이 귀엽다. 또한 누구든 잘못했으면 벌 받아야 하느니.

경포호는 본래 아주 얕은 호수라 걸어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널 수 있었고 많은 자생하는 수생식물로 자정작용 일어나 물고기가 살 수 있을 만큼 깨끗했다고 한다.
그런데 강릉시에서 준설공사로 깊이 파내서 그 후 죽은 호수가 되었다는 주민의 말이다. 게다가 바다뷰와 호수뷰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흉물스럽게 서 있는 호텔은 생뚱맞다.

‘경포호의 달’이라는 작품이다. 경포호 달은 다섯 개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달,
바다에 비친 달,
경포호수에 비친 달,
술잔에 비친 달,
내님 눈동자에 비친 달!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호수 주변에 조성한 생태 숲에서 자라고 있는 ‘노랑 어리연’ 처음 보는 연꽃인데 마치 모네의 수련 같은 느낌이다.

경포대에 올랐다 근처에서 아점으로 막국수 먹고 버스로 강릉역으로 간다. 직접 뽑는 메밀 막국수. 강원도의 맛이다.


동대구역 가는 첫 역 정동진역. 해변 따라 레일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 모래시계의 그 소나무. 30여 년 세월이 느껴진다.
2박 3일 강릉여행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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