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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1박2일 Tample stay

흐르는물처럼~ 2025. 4. 5. 16:39

언젠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해인사!
오랜만에 템플 스테이 신청했다.
그냥 좀 현재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어서이다.
욕망에 갇힌 소위 자칭 엘리트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것도 지치고 우울하기도 하다.
현재를 잊기 위해 ‘현재, 이 순간을 살라’고 가르친 부처님을 찾아 절에 가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일주문
봉황문
해탈문

경내로 가려면 3개의 문을 지나야 한다. 속세와 불국토의 경계라 일컫는 일주문, 봉황문과 깨달음의 세계 즉,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해탈문이다.
이 세 개의 문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속세의 번뇌를 내려놓고 불교의 가르침 속으로 들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이다. 해탈문을 지나서 처음 만나는 소원 나무. 무엇인가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이 열매처럼 달려있다.

구광루
해인도 일부분

세 개의 문을 지나오면 구광루가 나온다. 넓은 마당에 해인도가 있다. 해인도는 의상 대사가 당나라 유학 시절 지은 법성게 210자 7언 30구의 게송을 만자를 형상화한 도안에 써넣은 것이다. 미로를 54번 꺾어 도는 동안 그 내용을 마음에 새기며 따라가면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법성이 원융한 사바세계가 바로 부처님의 세계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 바퀴 걸어 보니 5분 정도 걸린다. 법성게 한 번 읽은 것과 같다고 한다.

대적광전
소원등
대적광전

3개의 문을 통과하면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 앞마당. 석가탄신일 연등 준비가 한창이다.

대적광전 뒤쪽 그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장경판전에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다.

춘분과 추분에만 볼 수 있다는 연꽃무늬 그림자가 예쁜 연화문. 마주 보이는 지붕 기와와 둥근 모양 문이 만든 자연의 조화이다.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다.

팔만대장경은 몽골의 침입을 불도의 힘으로 막아보려는 염원으로 만든 총 81,258장의 법문을 새긴 가장 오래된 목판이다. 수백 명의 필사에게 구양순체를 연습시켜 판본 앞뒤로 새긴 글씨체가 마치 한 사람이 쓴 글씨 같다고 한다. 장경판전은 자연 환기와 습도 조절에 탁월한 구조로 설계되어, 76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장경은 비교적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소중한 자료라 수십 년 전 보관실을 새로 지었으나 곰팡이가 피는 등 보관이 어렵게 되어 원래 장경판전으로 다시 옮겼다고 한다. 현대 과학보다 더 과학적인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보 제3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학사대

신라말 대학자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와 해인사에 머물며 집필하고 말년을 보낸 장소로, 이곳에 평소 짚고 다니던 전나무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지팡이에서 싹이 나 전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 되어왔으나, 2019년 태풍 피해로 부러진 것을 밑동은 최치원상 좌대로, 나뭇가지는 의자를 만들었다.

템플스테이 시작 하기까지 두 시간 여유가 있어 성철스님이 수행했던 백련암으로 간다. 가는 길에 예쁜 색을 가진 작은 땅꽃이 눈에 띈다. 처음 봤을 땐 영국에서 봤던 블루벨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현호색이란다. 자연 속에서 소소함을 발견하고 잠시 기뻐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백련암까지 가는 길은 멀고 힘들다. 왕복 1시간 반 거리로 끝까지 오르막. 암자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백련암으로 가는 돌계단. 입구는 소박하다.

백련암은 생각보다 크다. 성철스님께서 수행하시다 입적한 곳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깨달음 이전에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그러나 깨닫고 나면 그 산이 그 산이 아니요, 그 물이 그 물이 아니다. 그러나 다시 보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스님의 법어가 다시금 생각나서 찾아보았다. 중도를 말씀하신 것 같다.

불면석

원통전.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전각으로, 예전에는 큰 법당으로 사용되었으며,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단아한 가정집 같은 느낌이 좋다.

만불보전에는 본존불인 관음 지장 보살상을 비롯해 광섬유를 활용한 입체 조명으로 둘러싸인 아미타불과 3면을 가득 채운 1만의 불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

LED 만불전에 불전 키오스크까지 부처님도 시대에 편승한다. 언젠가는 조각 부처님도 사라지겠구나. 스크린에 비친 부처님이나 홀로그램으로 보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 싶다.

신라 왕실의 원찰이었던 원당암으로 가는 길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양반들이 말을 타고 절 안으로 까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말이 다니지 못하도록 좁은 나무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건너보니 생각보다 높아 약간의 공포감이 있다. 조선시대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802년 해인사 창건을 위한 기초 작업장으로 창건하여 신라 애장왕이 이곳에 머물면서 공사와 정사를 함께 돌보았다고 한다.

보광전 앞 다층 석탑과 석등. 다층석탑은 신라 말기에 조성된 소탑의 하나로 11층으로 점판암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점판암 석탑은 처음이라 생소했으나 아주 고귀해 보였다.

보광전. 불상이 아니라 불화를 모신 것은 흔하지 않은 경우이지만 나름 소박해 보인다. 저 높은 곳에 있는 부처님이 아니라 속세에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겠다는 의미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원당암 언덕에서 바라보는 해인사는 가야산이 품고 있는 듯하다.

조계종 1대 종정 혜암 스님이 머물며 수행하던 암자로 스님께서 남긴 말씀이 죽비모양의 비석에 새겨져 있다.
“공부하다 죽어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원당암을 내려와 사시예불에 점심공양까지 하고 템플스테이 일정을 마친다.
만개한 벚꽃, 돋아나는 유록색 새순을 보며 에너지를 얻는다. 템플스테이는 치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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